‘한국에 미운털’ 고노 다로의 굴욕… 총리 후보에서 ‘월급 반납’ 골칫거리로[시스루피플]

박용하 기자 2023. 8. 1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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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에 깊게 패인 주름과 어떤 말에도 휘둘리지 않을 듯한 앙다문 입술. 고노 다로 일본 디지털담당상은 한국인들에게 이같은 인상으로 각인돼 있다. 그는 일본 정부가 2019년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했을 당시 외무상으로 한국과의 협상 전면에 나섰던 인물이다. 여러 차례에 걸친 한국의 설득에도 그는 늘 결의에 찬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곤 했다. 여기에 과거사에 대한 망언과 외교석상에서의 결례까지 더해지며 한국에서 ‘비호감’의 대명사가 됐다.

그는 화이트리스트 사태 이후 일본 정치권에서 전도유망한 길을 걸어왔다. 아베 내각에서 방위상으로 중용됐고, 코로나19 사태에서는 백신업무를 관장해 인지도를 높이며 차기 총리 1순위로 거론된 것이다. 하지만 밝았던 그의 미래는 총리 선거에서의 패배 이후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자주민증 ‘마이넘버 카드’ 논란으로 인해 월급을 반납하는 굴욕을 겪고,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권까지 노리던 그가 왜 코너에 몰리게 됐는지 일본에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성급하고 냉랭한 성격이 화근으로

고노 디지털상이 마이넘버 카드 논란과 관련해 장관 월급을 반납하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였다. 이번 사태를 담당하는 장관으로서 초기 대응에 너무 늦었으니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는 이유였다. 그는 지난해 10월 디지털상으로 취임한 뒤 디지털화에 속도를 낸다며 2024년 가을까지 기존 건강보험증을 폐지하고 마이넘버 카드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카드 등록에 각종 오류가 발생하며 문제가 됐다.

고노 디지털상이 이날 월급 반납까지 천명한 것은 마이넘버 카드가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존속과도 직결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지지통신이 지난 4~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6.6%를 기록해 정권 유지에 위험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고노 디지털상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자들은 52.5%로 과반수를 넘어섰다.

마이넘버 카드 문제가 악화 일로를 걷자, 일본 내에서는 고노 디지털상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관료들의 말을 믿지 않고, 빠른 일처리만 중시하는 성격이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다. 디지털청 한 관계자는 언론에 “장관이 건강보험증 폐지를 2024년 가을로 했을 때 청내에서 너무 빠르다는 우려가 나왔다”라며 “(하지만 이를 감행해) 결과적으로 오류가 잇따르고 국민에게 불신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자민당 내에서는 국회나 언론 대응에 있어 냉랭한 고노 디지털상의 성격을 지적하기도 했다. 무례한 태도로 인해 가뜩이나 화난 여론을 부추길 위험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6월 마이넘버 카드의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대응 방향을 묻는 언론들에게 “새벽 3시, 4시까지 잔업하는 사람도 있다”며 푸념에 가까운 반응을 보여 문제가 됐다. 방위상이었던 2020년 6월에는 일본 상공에서 발견된 하얀 구체의 정체를 묻는 언론 질의에 “풍선에 물어보라”는 답을 내놔 논란이 됐다.

고노 디지털상의 무례한 태도는 과거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그는 외무상이었던 2019년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주일한국대사를 한밤중에 초치하고, 그의 설명을 중간에 끊어버리는 등 외교적으로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의 ‘일왕 사죄’ 발언을 듣고서는 “(한일의원연맹)회장까지 한 인간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며 막말을 내놓기도 했다.

다음달 개각에서 연임될지 관심

고노 디지털상은 일제강점시 식민지배를 사죄한 ‘고노 담화’의 주역인 고노 요헤이 전 부총리의 아들이기도 하다. 당초 친한파로 알려졌으나, 외무상으로 발탁된 뒤에는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반한·우익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차기 총리로서의 야망을 품은 그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일본 내 반한 감정에 편승한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2020년 행정개혁담당상을 맡은 뒤 개혁 이슈를 주도하고, 코로나19 사태에선 백신보급과 접종을 담당하며 국민적인 인지도를 쌓는데 성공했다. 그는 2021년 9월 총리 선출을 위한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는 여론조사에서 1위를 유지했으나, 결선투표에서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에게 추격을 허용해 꿈을 이루진 못했다. 그 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망을 계기로 이뤄진 개각에서 디지털상을 맡아 권토중래를 노렸으나, 마이넘버 카드 논란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당의 골칫거리가 됐다.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총리가 다음달 중순 개각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 핵심은 고노 디지털상의 유임 여부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고노 디지털상은 아직 자민당 내 유력 총리 주자 중 하나라 그의 유임 여부는 정치권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대로 물러서면 정치생명이 크게 흔들릴 수 있어 본인 스스로는 연임 의지를 놓지 않고 있다. ‘월급 반납’이란 굴욕을 감수하면서도 퇴진을 선택하지 않은 배경이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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