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재산 파는 정부...그래도 유류세 인하 '연장' 가닥

윤정식 기자 2023. 8. 16. 16: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할 태세입니다.

연장이 확정되면 시민으로선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나라 곳간 상황은 암담해집니다.

올해 정부는 이미 한국은행에서 누적 100조 원 넘는 돈을 빌렸습니다.

당장 내년으로 예정된 국가사업 예산이 대폭 깎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시기를 연말까지 미루는 걸로 가닥을 잡고 있다. 〈자료=JTBC 뉴스룸〉

연말에 최소 44조 원 국세 수입 모자라



올해 정부의 가계부를 살펴보겠습니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세 수입은 상반기 178조5000억 원입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39조7000억 원이 줄었습니다.

정부가 목표로 정한 올해 전체 국세 수입은 400조5000억 원입니다.

앞으로 지난해 대비 결손이 없다고 가정해도 올해 걷는 총 세수는 356조 원에 그칩니다.

최대한 장밋빛으로 전망해도 목표 대비 약 44조 원 모자랍니다.


국제유가 오름세에 유류세 정상화 또 못 해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8월에 종료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얄궂게도 최근 3~4개월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가 마침 또 오릅니다.

계획대로 유류세를 정상화하면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00원 넘게 오를 수도 있습니다.

기름값은 우리나라 전체 물가 흐름을 주도합니다.

이는 이미 지난 소비자물가 통계에서 증명됐습니다.

정부로선 곳간 채우기보다는 물가 안정 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 마이너스 통장 만든 정부



정부 입장도 이해는 됩니다.

문제는 곳간이 비어도 너무 많이 빈다는 겁니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재위 양경숙 의원실에 제출한 '대(對) 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내역'을 살펴봤습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일시 대출받은 누적액은 100조8000억 원입니다.

관련 통계가 전산화된 2010년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지난해 전체 일시대출금이 34조2000억 원이었습니다.

올해가 아직 4개월 이상 남은 시점에 이미 3배에 육박하는 돈을 빌려 갔던 겁니다.

개인으로 치면 역대급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 건데, 걱정은 자연스레 이자로 이어집니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 한국은행에 낸 이자는 1141억 원, 역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정부는 종부세 등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을 지난 정부 전 수준으로 되돌리려 한다. 〈자료=JTBC 뉴스룸〉


곳간 비어도 세금 덜 걷으려는 정부



정부는 올해 여러 세금을 '덜' 걷고 있습니다.

부동산 부문으로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해 종합부동산세를 덜 걷고 있습니다.

또, 상반기 내내 자동차를 살 때 내는 개별소비세도 30% 인하했습니다.

지난해 대비 상반기 소득세는 11조6000억 원 덜 걷혔습니다.

법인세도 16조8000억 원, 부가가치세는 4조5000억 원 모자랍니다.

유류세 관련 세목인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상반기 5조3000억 원 걷혀 지난해보다 7000억 원 적게 걷혔습니다.

이렇게 군데군데 세금이 덜 걷히면 정부가 돈을 쓰는 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자동차를 살 때 내는 개별소비세도 지난 상반기까지 인하됐었다. 〈자료= JTBC 뉴스룸〉


내년 SOC 예산 얼마나 줄어드나



당장 내년 예산안에서 구조조정 1순위는 사회간접자본(SOC)입니다.

구조조정을 할 수 없는 복지지출 등을 빼면 정부도 SOC 예산에 손을 댈 수밖에 없습니다.

SOC 예산은 전통적으로 '불용' 사례가 많습니다.

토지 보상이나 민원, 심사 등 일정 지연 등으로 예산이 안 쓰는 경우입니다.

정부는 올해 SOC 예산을 지난해보다 10.4% 줄인 25조1000억 원 수준으로 잡았습니다.

애초 재정운용계획에는 2026년까지 26조 원 수준으로 줄이려 했는데 벌써 목표치를 채운 겁니다.

경제가 침체할 때 '마중물'이 돼야 할 국가 재정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셈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16조원 상당의 국유재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자료=JTBC 뉴스룸〉


결국 재산 내다 파는 정부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는 2027년까지 국유재산 16조 원 이상을 처분하기로 정했습니다.

3000만 원 이상 국유재산을 매입하는 민간에는 대금 분납 혜택도 주기로 했습니다.

펑크 난 세수를 메우려 보유 재산을 내다 파는 겁니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건 애초 정부 예측이 잘못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8월 2022~2026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중장기 나라 살림 전망치인데, 이때 정부는 세수를 올해 400조5000억 원, 내년 418조 8000억 원, 2026년에는 459조 9000억 원 걷을 수 있다 봤습니다.

하지만 지금 추세면 올해는 물론 내년도 세수가 400조 원 아래로 걷힐 가능성이 큽니다.

어느 때보다도 정밀하고 보수적인 재정 관리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