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공지가 장관 의견 피력 코너임?”···한동훈 입장문 두고 ‘와글와글’
“동성혼 법제화 민주당엔 왜 묻지 않나” 등 내용에
장혜영 의원 “한 글자도 맞지 않아…악질적 왜곡”
“국가 기관 사적 운용 보여주는 샘플” 비판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주디스 버틀러 미국 UC버클리대 비교문학과 석좌교수의 언론 인터뷰를 직접 반박하자 그 방식과 내용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후기구조주의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철학자인 버틀러는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 장관이 지난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동성혼 허용 문제 등을 들어 ‘생활동반자법은 시기상조’라고 한 데 대해 “피할 수 없는 일을 피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생활동반자법은 혈연이나 혼인으로 맺어지지 않은 두 성인을 ‘가족관계’로 인정하는 내용이 골자이다.
한 장관은 기사 출고 당일인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저는 (생활동반자)법의 실질은 동성혼 제도 법제화이면서 아닌 척 다수의석으로 슬쩍 법 통과시키지 말고, 국민 설득할 자신 있으면 정면으로 제대로 논의하자는 말씀을 더불어민주당에 드린 바 있다”면서 “정작 그 법을 추진하는 민주당은 아직까지도 동성혼 제도 법제화를 찬성하는 것인지 반대하는 것인지조차 답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성혼 제도를 법제화하는 것은 단순히 우리 가족제도에 동성혼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동성혼 배우자를 법률상 부부관계로 인정함에 따른 다양한 권리 의무를 직간접적으로 국민에게 부과하는 것”이라며 “충분한 논의와 그에 따른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저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러니, 경향신문이 주디스 버틀러 교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게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의 입장문은 서울중앙지검 출입 기자들에게 배포된 직후 법무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과 엑스(구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계정에 게시됐다. 법무부는 입장문을 게시하며 “법무부에서 알려드립니다. 경향신문 ‘한동훈 장관은 피할 수 없는 일을 피하려 하네요’ 주디스 버틀러 인터뷰 기사 관련, 한동훈 법무부 장관 설명입니다”라고 소개했다.
한 장관의 입장문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장관 개인 의견이 법무부 공식 SNS를 통해 배포된 점을 지적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부처) 공식 채널을 장관 개인 의견을 피력하는 창구로 사유화하는 게 맞느냐”고 했다.
법무부 엑스 계정에는 16일 오후 3시 기준 약 1900개의 답글이 달렸다. 한 엑스 이용자는 “한동훈 개인이 법무부라는 국가 기관을 얼마나 사적으로 운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샘플이란 면에서는 좀 끔찍하다”고 했다. 다른 이용자는 “한동훈 장관과 법무부는 별개의 존재이고, 법무부는 여당의 기관 단체가 아니다. 법무부는 한동훈 장관의 입장을 밝히지 마시고 현재 대한민국 법무부의 생활동반자법과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사항을 알려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한 장관이 ‘민주당에 먼저 물어보라’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고 한 것을 두고도 “법무부는 국민의힘 소유가 아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사회적 합의가 끝난 것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한 장관의 입장문을 언급하며 “그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도 맞지 않는다. 먼저 소통방식이 틀렸다. 법무부 공식 온라인 계정은 한동훈 장관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며 “더불어민주당 등이 추진하는 생활동반자법이 ‘동성혼 제도를 법제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주장도 틀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마음대로 생활동반자법을 ‘실질적 동성혼’으로 퉁쳐버렸지만 두 법은 엄연히 다른 목적과 내용을 담고 있다. 모르고 그랬다면 당장 사과 및 정정해야 할 일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악질적 왜곡”이라고 했다. 또 “또한 아쉽게도 민주당은 생활동반자법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 장관은 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국회와 함께 해당 법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갈 법무부 장관의 책무를 전부 야당에 떠넘기며 국면 전환을 위한 도발을 하고 있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gender/article/202308151533001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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