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위기에 장중 1340원 뚫은 원·달러 환율…강달러 지속

이재은 기자 2023. 8. 1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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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가치 8월 들어 56.2원 하락
美 경제 연착륙 가능성에 달러 강세
中 ‘컨트리가든 사태’ 일파만파
수출·소비·고용 지표도 줄줄이 부진
“中 경기 둔화에 원화 가치도 하방 압력”

원·달러 환율이 16일 장중 1340원을 돌파했다. 중국발(發)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확산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원화값은 이달 들어서만 60원 가까이 급락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336.9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9.1원 오른 1340원에 출발했다. 개장과 함께 1340원을 돌파한 환율은 한때 1341원까지 고점을 높였고, 이후 상승폭을 일부 되돌리면서 다시 1330원대로 내려왔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40원대로 올라선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원화 가치는 이달 들어서만 56.2원 떨어졌다. 지난 1일 1283.8원에 거래를 마친 환율은 이달 들어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주 1330원을 돌파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이 반대로 흘러가자, 달러화 매수 심리가 강해지면서 강달러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상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경기는 물론, 양국 외환·금융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미국 경제가 올해 연착륙(soft landing·부드러운 경기 하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중국은 침체 우려가 커졌다.

미국은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가 경기 연착륙 기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망치(0.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로써 미국 소매판매는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소매판매는 미 실물경제의 버팀목이자 종합적인 경제 건전성을 평가하는 척도로 여겨진다. 민간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으로 기준금리가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 5.25~5.50%까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지 않았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강력한 노동 시장과 임금 상승으로 미국인의 소비 여력이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견고한 소비와 고용에 힘입어 미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면 연준의 긴축 기조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준이 고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경우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도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5일(현지시각) 전 거래일보다 0.03% 오른 103.084를 기록했다. 지난주까지 102선에서 움직이던 달러 가치는 이번주 들어 103선으로 올라섰다.

중국 1위 부동산 개발사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디폴트 위기에 직면했다. 사진은 컨트리가든이 장쑤성 전장에 건설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난해 10월 31일 촬영한 사진. / 연합뉴스

중국 경제 위기론도 달러화 강세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미국과 달리 중국은 소비, 생산, 고용지표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중국의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달 3.7%로 집계됐다. 시장 추정치(4.5%)에 크게 못 미친 데다, 6월(4.4%)과 비교해 증가폭이 둔화됐다.

여기에 중국은 매월 발표하던 16~24세 청년실업률 통계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지난 6월 중국 청년실업률은 21.3%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시장에서는 7월 청년실업률이 상상 이상으로 나빠지자 정부가 통계 발표를 중단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위안양(시노오션) 등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도 시장 공포를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는 컨트리가든 사태로 중국 경제 위기가 고조되면서 위안화 가치가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이날 보도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가 이례적으로 수출입 절벽과 함께 내수 절벽이라는 쌍절벽 리스크에 직면했다”며 “중국 경제 불안은 국내 경기로 전이될 공산이 높은 만큼, 원화 가치 약세 압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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