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만든 한국계 감독, 미국식 이름 버린 이유는
난폭운전서 시작된 블랙코미디 드라마
생생하고도 차별 없는 아시아계 묘사
올해 에미상 13개 부문 후보 지명돼
“美서 한국적 경험 충분히 받아들여져
있는 그대로로 멋진 스토리 가능”
탁월한 상상력을 갖고 혜성처럼 등장한 이 한국계 창작자는 이미 2008년 미국 시트콤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의 방송작가로 데뷔해 활동 중이었다. 그때만 해도 자신이 직접 지은 미국식 이름 ‘소니 리’(Sonny Lee)를 썼다. 학창 시절 출석 부를 때나 성인이 된 후에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살 때 ‘성진’이란 이름이 제대로 읽히지 않고 때론 웃음거리가 되는 게 부끄러웠단다. 그러다 이름을 되찾은 건 2019년 영화 ‘기생충’이 계기가 됐다.
“저는 항상 다른 사람들을 따라 했어요. 내가 내 자신이 되는 것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하지 못했죠. 그러다 영화 ‘기생충’이 나왔는데, 미국인들이 봉준호·박찬욱 등의 이름을 말할 땐 정확히 발음하려고 노력하더군요. 그때야 한국식 이름에 자부심을 느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작품을 만들면 더 이상 내 이름을 듣고도 웃지 않겠구나, 훌륭한 걸 만든 사람의 이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제가 데뷔했을 땐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가 거의 없었다. 불과 5~10년 전이었다면 ‘성난 사람들’이 만들어지거나 받아들여지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데뷔 초엔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게 뭘지, 사람들이 날 싫어하진 않을지 걱정했어요. 그런데 이젠 다양성 개념이 생겼고,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요. 그들은 한국의 정체성, 진정어린 경험을 듣고 싶어해요.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도 멋진 스토리를 만들 수 있고, 전 세계에 받아들여집니다.”
작품의 주요 모티브가 된 난폭 운전이나 한인 교회 등 많은 소재가 이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됐다. 미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콘텐츠다. 여기엔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을 비롯한 수많은 아시아계 미국인의 경험도 반영됐다. 어떤 차별적 시선도 없이 온전히 이민 2세의 경험과 고민을 다층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다.
“‘올드보이’ ‘기생충’ 등은 정말 훌륭한 작품이지만 제 경험과는 또 다른 부분이 있어요. 작가로서 저는 제가 아는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기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만들기 위해 그 입장이 돼서 상상하는 것이죠. 그런 이야기가 끝내 사회적 맥락 안에서 읽힌다는 것도 뿌듯한 현상입니다.”
극 중 코미디의 활용도 탁월했는데, 이 감독은 영화 ‘살인의 추억’ ‘복수는 나의 것’ 등 한국 작품을 레퍼런스로 꼽았다. 그는 “아주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어두운 내용이지만 많이 웃기기도 하죠. 한국 감독들은 이렇게 장르를 섞는 걸 훌륭하게 잘 해왔어요. 너무 웃기거나 진지하기만 하면 시청자에게 닿기 힘들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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