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미군 北에 가성비 낮다"던 태영호 예언이 맞네? "집에 갈 가능성"
"'불법침입자 단속'했다며, 월북 받아주려면 필요없는 '제3국 망명' 내비쳐"
美 직송환엔 우려 "MDL 월남해도 단속해 돌려보내라 할 것"…3국 경유 귀국 제언
북한 정권이 주한미군 병사 월북 사건 발생 약 한달 만에 해당 병사가 스스로 망명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측이 그를 '자진 월북자'가 아닌 '불법침입자'로서 '단속' 대상이라고 규정했다는 점에서 다른 속내가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 고위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북한이 월북한 미군 트래비스 킹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북한 입장문 행간을 들여다 보면 미군 병사를 집으로 데려올 수 있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면서 "북한이 미군 병사를 계속 데리고 있을 생각이라면 '제3국 망명'이라는 말을 첫 입장문에서 꺼낼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병사를 북한에서 제3국으로 먼저 보내게 하는 방안에 무게를 실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 보도문에서, 킹 이병의 지난달 18일 월북을 "불법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지목했다. 통신은 "관광객들 속에 끼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돌아보던 킹은 군사분계선상에 있는 조미군부접촉실과 경무관휴계실 사이에서 고의로 우리측 구역으로 침입했다가 근무 중이던 조선인민군 군인들에 의해 '단속'됐다"고 전했다.
통신은 "해당 기관에서 조사한 데 의하면 트래비스 킹은 자기가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한 사실을 인정했고,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으로 넘어올 결심을 했다고 자백했다"면서 "킹은 불평등한 미국 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킹은 여전히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킹은 지난해 국내 한 클럽에서 한국인과 시비가 붙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를 파손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이를 내지 못해 국내 수용시설에서 노역했다. 지난달 18일 인천공항에서 미 댈러스행 항공편으로 텍사스에 돌아가 외국에서 유죄를 받은 행위에 따른 행정처분받을 예정이었으나, 당일 월북을 감행했다. 미군은 북측으로부터 킹의 안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호 의원은 킹의 송환 가능성을 본 이유로 "북한은 '자진 월북자'가 아니라 '불법침입자'로 규정하고 그를 '단속' 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라며 "병사의 법적 지위는 자진 월북자가 아니라 불법 월경자 비슷하게 됐다"고 짚었다. 아울러 북측이 '망명 수용'으로 발표하지 않았다며, '체면 상' 처벌 가능성이 높은 미국 귀국 대신 "본인의 희망에 따라 제3국으로 보내 줄 수 있다는 것을 은근슬쩍 내비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태 의원은 또 다른 측면으로 "지금 북한의 속셈은 명백하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북한군과 유엔군사령부 사이의 사전 합의 없이 MDL(군사분계선) 넘는 사람들을 다 '불법침입자'로 규정짓고 '원래의 위치로 되돌려 보내는 전례'를 만들어 놓으려는 것이다. 현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안에서 누구든지 MDL을 넘어갈 땐 유엔사와 북한군 사이에 사전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북한은 지난 시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북한 기자, 러시아 관광객 등이 MDL을 넘어와 우리측에 망명을 신청했을 때도 사전 합의 없이 MDL을 넘은 것은 '불법행위'이므로 망명을 받아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며 "앞으로 북한이 미군 병사를 '불법침입자'이니 판문점을 통해 되돌려 보내겠다고 하는 경우 지난 시기 '푸에블로'호 미 해군 선원들이나 미군 헬기 조종사처럼 판문점에서 넘겨받겠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만일 '불법침입자이므로 돌려보낸다'는 북한의 입장을 받아들이면 앞으로 북한 쪽에서 우리 쪽으로 판문점 MDL을 넘어온 사람들도 다 불법침입자이니 유엔사의 임무는 그들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속'하는 것이고 그러니 마땅히 돌려보내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이 거세질 것"이라며 "가장 바람직한 방도는 북한이 미군 병사를 제3국으로 보내게 하고 제3국에서 본인의 미국 귀환 입장을 확인해 미국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태 의원은 월북 사건 직후부터 북측의 미군 장병 수용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지난달 19일 "월북 미군 장병의 존재는 북한에도 장기적으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을 축약한 신조어)가 낮아 골칫덩어리일 수밖에 없다"며 "월북 미군 장병이 생기면 그 한 사람을 위해 전문 경호 및 감시팀이 꾸려지고 통역관을 배치해야 하며 전용 차량과 기사, 그가 머물 숙소 등을 챙겨야 한다. 그에게서 일부 군사정보는 얻을 수 있겠지만 직급이 낮아 큰 정보는 없을 것 같다"고 봤다.
이어 "북한에 남겨 두기로 결정한다면 그를 북한체제에 적응시키기 위한 세뇌 교육이 필요해서 전문 교사팀과 교육 커리큘럼도 짜야 한다. 물론 일정한 직업도 고려해야 한다. 월북 미군 장병인 경우 영어교사로 활용할 수 있으나 문제는 그가 북한 사람들에게 아무 말이나 막 할 수 있어 사전 세뇌작업이 상당히 오랜 기간 필요하고 그가 오히려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며 "아무튼 월북 미군 장병 한 명을 챙기느라고 많은 인력과 자금이 필요하게 된다"고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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