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또 불리한 통계 숨기기…"경기침체·불투명성 우려"(종합)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8월부터 청년 실업률 발표를 중단한 데 이어 다른 불리한 경제 통계 공개도 꺼리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중국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이 같은 선택적 통계 공개로 인해 중국 경제를 둘러싼 불투명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동산 시장 위기의 장기화, 서방의 대(對)중국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압박, 소비 감소, 수출 부진이라는 경제 위기 속에서 중국이 경제 통계를 감춘 점에 주목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각각 -0.3%와 -4.4%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인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 당국이 청년실업률 등 관련 통계를 비공개 또는 조작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일단 중국 국가통계국의 푸링후이 대변인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졸업 전에 구직에 나선 학생들을 노동 통계에 포함해야 하느냐는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면서 노동 통계를 더 최적화하기 위해 청년실업률 공개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16∼24살 청년실업률은 1월 17.3%, 2월 18.1%, 3월 19.6%, 4월 20.4%, 5월 20.8%, 6월 21.3%로 상승세였다.
게다가 7월에는 신규 대졸자 대거 유입으로 청년실업률이 전달보다 훨씬 상승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국 당국은 솔직한 청년실업률 공개가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비공개를 택한 것이라는 관측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사실 그동안 국가통계국의 청년실업률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년실업의 심각성은 상상 이상이라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예컨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은 주당 10시간 근무를 고용으로 간주하지만, 중국에선 주 1시간만 일해도 고용으로 본다. 또 농촌으로 돌아간 농민공은 통계에 포함하지 않는다.
이런 점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청년실업률은 국가통계국 발표치를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대졸자 실업 문제는 중국이 처한 정치·외교·경제적인 딜레마와 밀접히 맞닿아 있다.
우선 중국 대졸자들은 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댄스·징둥닷컴 등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입사를 희망하지만, 이들 기업은 신규 채용 여력이 없다.
중국 당국이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로 수년 동안 빅테크를 대대적으로 제재해 온 데다 미·중 갈등 등의 여파로 이들 기업의 실적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 대졸자들의 불만이 작지 않다.
중국은 2018년부터 실업률을 발표했고 이후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주로 아우르는 청년실업률은 국가경제와 사회안정에 대한 잠재적 영향력으로 주목받아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설명했다.
이어 중국 당국이 그간 자신들의 통계가 과학적이라고 주장해왔지만, 돌연 청년실업률 발표를 중단하면서 데이터 투명성과 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를 점화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나쁜 소식에 대한 중국의 대답은 '건너뛰기'"라면서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 당국은 경제 데이터를 적게 발표하고 있으며, 최근 몇 개월 새 이코노미스트들에게 부정적인 추세에 대해 논의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짚었다.
앞서 중국은 작년 10월 17일에도 발표일을 하루 앞두고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중요 경제지표 발표를 연기한 바 있다. 18일 오전 10시 발표가 예정됐던 3분기 경제성장률을 포함해 9월 산업생산과 소매 판매, 도시지역 고정자산투자 등의 발표가 연기됐다.
그에 앞서 중국 해관총서(세관)도 같은 달 14일로 사전 예고됐던 9월과 3분기 수출입 통계 발표도 하지 않았다.
이는 같은 달 16일 시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의 개막을 앞두고 부진한 경제 지표 발표로 당대회 분위기가 경색되는 걸 막으려는 조치였다는 관측도 나왔다.
SCMP는 올해 들어 중국 토지거래 데이터가 조용히 '이용불가'로 바뀌었고 중국 상무부는 달러 표시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발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조한 통계를 중심으로 특정 통계 발표가 종종 중단되면서 중국 경제 지표의 불투명성은 오랜 기간 의구심을 자아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한다"고 전했다.
WSJ은 중국의 이 같은 경제 지표 발표 중단이 관련 정보의 흐름을 막아 중국 안팎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만들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 당국은 올해 들어 수개월간 자국 내 기업 데이터와 학술지의 외국 접근을 제한했으며, 미국 등의 컨설팅 기업을 상대로 범법행위 수사를 벌였다.
이어 지난달 1일부터 강화된 반간첩법(방첩법) 시행에 들어가는 등 중국 경제 정보를 외부에 대해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 재무부 관리 출신으로 자산운용사 TCW 그룹의 임원인 데이비드 뢰빙거는 "중국의 데이터·정책 결정의 투명성 악화가 대중국 투자에 또 다른 위험을 추가한다"고 짚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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