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계열 샤니공장 방문 의원들 "끼임 사망 때 경보음 안 울렸다"

2023. 8. 1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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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SPC, 동료 작업자에 사망 책임 전가하려 하나"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SPC그룹 계열사인 샤니에서 발생한 '끼임' 사고로 또 50대 여성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가운데, SPC가 사고 원인과 책임을 동료 작업자에게 돌리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공동행동)은 16일 성남시 중원구 샤니 성남공장 앞에서 'SPC 샤니 성남공장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 은폐 의혹 기자회견'을 열고 SPC의 최근 대응이 "사망사고 원인과 책임을 동료작업자에게 전가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강한 의심을 갖게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8일 SPC 계열 샤니 제빵공장 반죽 기계에서 일하던 5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SPC에서는 이미 지난해 10월 15일 다른 계열사인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배합기에 상반신이 거꾸로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끼임 사고 발생 당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행동한 시민단체다.

공동행동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고 경위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다. 이들은 "언론보도를 통해서는 동료 작업자가 고인을 확인하지 못한 채 반죽 볼 리프트 하강버튼을 조작하여 리프트와 분할기 사이에 고인의 배 부위가 끼어 심정지가 발생했다고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수진 의원실에 제출된 '(주)샤니 성남공장 재해 발생 경과 및 관련 자료'와 고용노동부가 의원실에 제출한 '23. 8. 8. 성남 샤니 산업재해 관련 동향'에 구체적인 사고 경위가 다르게 적혀 있는 점을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의원실에 보고된 사망 경위를 보면 하나는 고인이 분할기와 반죽볼 리프트 사이에 끼인 것이라고 하고, 다른 하나는 반죽볼과 리프트 사이에 끼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이번 샤니 노동자 끼임사고 경위가 무엇인지, 사고 당시 고인이 어디서 어떤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 끼임 장소가 정확히 어디인지 등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며 "그동안 샤니 회사가 사고 현장과 기계를 일체 공개하지 않아 의문은 더욱 증폭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샤니 제빵공장 앞에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등 관계자들이 SPC 샤니 성남공장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 은폐 의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후 SPC가 상황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 11일 이은주·강은미·류호정 의원이 샤니 성남공장을 찾아 현장을 방문하려고 했으나 SPC측의 제지로 1시간가량 대치 끝에 들어가지 못했다. 공동행동은 고인의 빈소도 SPC 측에서 통제하고 조문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SPC는 무엇이 두려워서 사고 현장은 물론 빈소까지 통제하고 출입을 막은 것이냐"고 물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SPL 사고 당시 '피 묻은 빵을 먹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거센 분노의 목소리에 단단히 손해를 보았던 SPC는 이번에는 철저히 감추기 전략으로 일관할 모양"이라며 "SPC그룹에서의 잇단 사고들은 그룹 전체를 관통하는 이윤만을 추구하는 경영이념이 낳은 존중 없는 노동과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다"고 일갈했다.

배 대표는 "사람이 끼어도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돌아가는 반죽기가 운용되던 샤니, 계속 잇달았던 끼임 사고들에 아무런 조치 없던 회사를 보면 SPC는 어쩌면 사람이 죽어갈 수밖에 없는 죽음의 공장일지도 모른다"며 "SPC그룹 대표인 허영인 회장의 책임을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경용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는 "지난해 SPC 회장과 임원들은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는데도 또 사람이 죽었다"며 "SPC는 그동안 무엇을 했냐"고 물었다. 이어 "국민이, 소비자가 노동자의 피가 묻은 빵을, 억울한 죽음의 원혼이 담겨있는 빵을 먹어야 하냐"고 물으며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을 당장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샤니 제빵공장 사망사고 현장을 찾아 고용노동부 측으로부터 사고 경위 등에 대해 보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50대 노동자가 숨진 끼임 사고 당시 해당 기계에서 케이크 반죽 배합 볼 상승·하강 시 울려야 할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장 시찰 후 기자들과 만나 사고 경위를 묻는 질문에 "반죽 볼을 들어 올리고 내리는 기계는 노동자들 요청으로 경보음이 울리게 하는 장치가 설치됐다는데 사고 당시 제대로 작동했는지 더 확인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사고를 일으킨 기계는 당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는데 고장이었는지, 누군가 수동으로 꺼놨는지 등은 추가로 밝혀야 한다. 회사 측도 추후 보고하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16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샤니 제빵공장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정 위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최근 SPC 계열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근로자 A씨가 근무 중 다쳐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연합뉴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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