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물 모녀 살인' 50대 항소심서도 무기징역 나오자 난동

지난해 부산 부산진구 한 빌라에서 모녀를 살해한 50대 이웃 여성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6일 부산고법 형사2-3부(부장판사 김대현)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A 씨와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A 씨는 지난해 추석 연휴인 9월 12 부산진구 양정동 빌라에서 이웃 주민 B(40대) 씨와 B 씨의 딸 C(10대)양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판결에 따르면 A 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B 씨의 귀금속을 노리고 B 씨의 집을 찾아가 신경정신과 약을 섞은 도라지물을 먹여 의식을 잃게 했다. A 씨가 B 씨의 반지를 빼는 과정에서 B 씨가 깨어나자 흉기를 휘두르고 목을 졸라 사망하게 했다. 이후 깨어난 C 양도 둔기로 때리고 코와 입을 막아 숨지게 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반성의 기색이 없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 씨 측은 양형부당과 사실오인 등을 이유로,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지난달 5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A 씨는 제3자에 의한 범행을 주장하는 등 여전히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 A 씨는 “피해자들을 해코지할 이유가 없다. 왜 이런 벌을 주는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이 복용하던 정신과 약물이 피해자 몸에서 검출된 점, 휴대폰 기지국 기록 등을 토대로 제3자에 의한 범행은 배제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거지 강제 개방 흔적이 없고 C 양 이불에서 피고인 DNA가 다수 나왔다”며 “C 양 휴대폰 앱에서 피고인의 변명과 어긋나는 증거가 발견되는 등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 당시 현장에 있던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살해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형에 대해서는 “엄중한 형으로 처벌할 필요는 있지만 사형에 처하는 것인지 의문의 여지가 없을 만큼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A 씨는 재판 결과가 나오자 법정에서 난동을 부렸다. A 씨는 법관을 향해 “무슨 말이냐. 아니라고”라며 큰 소리로 반발해 피고인석에서 끌려나갔으나 피고인 대기실에서도 한참 동안 큰소리를 내며 난동을 피워 유족과 방청석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