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 부는 '레트로 열풍'…헤리티지 이어간다

김태환 2023. 8. 1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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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포니 전시회'·기아 '브리사' 복원 추진
브랜드 역사와 정신 '강조'…명품 이미지 각인 효

최근 현대자동차, 기아, KG 모빌리티 등 자동차 업체들이 과거 차 디자인을 신차에 적용하면서 '레트로'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과거 '갤로퍼'와 '테라칸'의 디자인 요소를 반영해 박스형태로 외관을 디자인한 '디 올 뉴 싼타페'의 모습. /김태환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현대자동차, 기아, KG 모빌리티 등 자동차 업체들이 과거 차 디자인을 신차에 적용해 '레트로'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브랜드 역사와 정신을 강조해 정체성을 강화하고 타사와의 차별화를 나타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가 주관하는 권위있는 상 '2023 레드 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총 7개의 본상을 수상했으며, 이 중 'N 비전 74'로 모빌리티·수송 부문에서 본상을 받았다.

'N 비전 74'는 N 브랜드의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으로, 현대차가 1974년 선보인 국내 최초 스포츠카인 '포니 쿠페 콘셉트'의 디자인과 헤리티지(정신)를 반영했다.

현대차는 최근 5년 만에 풀체인지한 '디 올 뉴 싼타페'에 과거 '갤로퍼'를 연상케하는 외관 디자인을 적용시켰다. '디 올 뉴 싼타페' 디자인을 총괄한 사이먼 로스비 현대차 스타일링 담당 상무는 "신형 싼타페는 과거 갤로퍼와 테라칸에서 그랬던 것처럼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넘어서 아웃도어의 영역으로 옮겨놓고자 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현대자동차가 포니를 비롯해 현대차의 헤리티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포니의 시간' 전시를 개최했다. 사진은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포니 쿠페'와 이를 계승한 'N 비전 74'의 모습. /김태환 기자

현대차는 지난 5월부터 서울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포니의 시간' 전시를 열고 있다. 최근 복원한 현대차의 첫 번째 콘셉트카(개발 방향성을 담은 시제차) '포니 쿠페'를 비롯해 '포니 왜건', '포니2 픽업' 등의 차들의 실물을 전시했다. 또 포니 쿠페 디자인과 생산 관련 정보를 담은 각종 사료 등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출시한 '디 올 뉴 그랜저' 역시 '각 그랜저'로 불리는 그랜저 첫 모델의 디자인 요소를 곳곳에 반영했다. 대표적으로 1세대 그랜저에 적용된 T자형 모양의 운전대를 넣었고, C필러 뒤쪽에 추가로 창문이 있는 '오페라 글라스'도 적용했다.

기아도 브랜드 헤리티지 사업을 추진하며 1970년대 대표 승용차 '브리사'와 삼륜차 K-360를 복원하기로 했다. 브리사는 현대차의 포니보다도 일찍인 1973년 픽업트럭 버전으로 첫 출시돼 역사적 의미가 크다. 또 기아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KIA360' 전시장에서 현대차 '포니의 시간'과 가튼 전시 공간을 마련, 복원한 브리사를 선보일 계획이다.

'2023 서울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에 공개된 KG모빌리티 '토레스 EVX'의 모습. 기존 내연기관 토레스의 수직 라디에이터 그릴을 형상화한 '키네틱 라이팅 블록' 주간주행등을 장착해 과거 디자인을 계승했다. /김태환 기자

KG 모빌리티는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토레스 EVX'가 과거 무쏘 디자인을 오마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KG 모빌리티는 중형 SUV 내연기관 '토레스'는 과거 쌍용자동차의 '무쏘'를, 앞으로 출시될 'KR10'은 '코란도'의 외모를 차용했다고 밝혔다.

이강 KG 모빌리티 디자인센터 상무는 토레스 출시 당시 "토레스는 쌍용차의 위대한 유산으로 손꼽히는 '무쏘'와 '코란도'의 디자인이 녹아있다"면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쌍용차의 디자인이 가야 할 길은 이 길(무쏘·코란도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며, 환경이 바뀌고 전기차가 출시 된다 하더라도 이러한 정신을 이어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만들어아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동차 업계에서 레트로 열풍이 부는 것은 과거부터 이어온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통해 경쟁사와의 차별성을 두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존 과거 차량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기존 충성 고객을 확보함과 동시에 새로운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주면서 고객층이 넓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자동차업체도 역사가 오래되면서 브랜드 헤리티지(정신)를 살린다면 과거를 계승하면서도 오히려 미래지향적 디자인 만들 수 있게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과거부터 이어온 '명품'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하면서, 기존 고객과 함께 새로운 세대의 고객도 확보하는 등 고객층이 넓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내부 직원들의 자긍심과 고객 충성도를 높일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도 이젠 해외 유명 자동차 브랜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역사와 전통이 쌓이고 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내부 직원들을 비롯해 브랜드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에게 자긍심을 높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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