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36만원, 결제 화면선 40만원?…강화되는 ‘다크패턴’ 규제 방향은

김종용 기자 2023. 8. 16. 15: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크패턴 유형.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소비자의 착각이나 실수, 비합리적인 지출 등을 유도하는 눈속임 상술인 ‘다크패턴’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고 있다. 다크패턴은 소비자를 속이기 쉽도록 설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뜻한다. 무료 체험 서비스를 제공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용자 동의 없이) 유료 서비스로 자동 전환하거나, 회원가입 절차에 비해 해지 절차를 어렵게 설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3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취형·오도형·방해형·압박형 등 4개 범주 19개 세부 유형으로 구분한 다크패턴 자율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별도의 고지 없이 무료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는 ‘숨은 갱신’, 소비자에게 불리한 선택 항목을 두드러지게 표시하는 ‘잘못된 계층구조’ 등 대표적인 다크패턴 유형에 관해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사항이 담겼다.

공정위는 해당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으며 법 위반 여부 판단의 기준도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다크패턴 규제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이자 올해 공정위의 핵심 추진 과제에 포함돼있는 만큼,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는 다크패턴 규제에 대한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크패턴 제재 절차 첫 착수…현행법상 규제 불가능한 유형도

공정위는 다크패턴의 유형을 편취형·오도형·방해형·압박형 등 4개 범주 19개 세부 유형으로 구분했다. 방해형의 ‘취소·탈퇴 등의 방해’ 유형은 정당한 사유 없이 구매·계약체결·회원가입 등 절차보다 취소나 해지 등 절차를 복잡하게 설계하는 행위다. 공정위는 쿠팡의 유료 멤버십 탈퇴 시 그 과정을 헷갈리게 만든 것을 사례로 꼽았다. 편취형의 ‘순차고객 가격책정’도 대표적인 다크패턴 유형이다. 일례로 글로벌 숙박플랫폼 아고다에 올라온 제주도 한 호텔의 경우 예약 첫 화면에서 36만3000원(1박 기준)이었던 숙박비용이 결제 화면에서는 39만9300원으로 표시됐다.

공정위는 최근 특정 업계의 다크패턴 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첫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공무원 시험과 자격증 강의를 주로 하는 인터넷강의 업체를 대상으로 다크패턴 제재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공단기‧에듀윌 등 공무원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업체에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오늘만 이 가격’, ‘오늘만 이 구성’과 같은 광고 문구를 다크패턴 규제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광고를 한 날만 할인한 게 맞다면 표시광고법 위반이 아니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 업체들은 광고 이후에도 가격과 구성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다크패턴 규제는 전기통신사업법, 전자상거래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통해 이뤄진다. 한국소비자원은 2021년 6월 발표한 다크패턴 실태조사에서 다크패턴의 세부유형 가운데 취소·탈퇴 방해, 순차공개 가격책정에 대해서는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다크패턴 유형 중 일부는 현행법으로 제재가 불가능하다. 공정위는 위장광고, 거짓 할인, 거짓 추천, 유인 판매, 속임수 질문, 숨겨진 정보의 경우 그 자체로 소비자를 직접 속이는 기만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현행 전자상거래법상으로도 전부 금지된다고 판단했으나, 그 외의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취소 버튼은 작게, 구매 버튼은 크게 만드는 ‘잘못된 계층구조’나 무료 체험으로 시작해 기간이 지나면 유료 결제로 자동 전환하는 ‘숨은 갱신’ 등이 대표적이다.

법조계에서는 다크패턴의 모든 유형을 규제할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회에는 김용판·송석준·이성만·이용우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전자상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이용우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UI를 설계, 수정 또는 조작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행위’를 사업자 금지 행위로 명시하고 있고, 이성만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사업자 또는 통신판매업자에 대해 ‘소비자의 조작 실수 등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UI를 설계’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담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가운데)이 지난 4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눈속임 상술 그만! 온라인 다크패턴 근절 대책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미국·유렵연합 등 해외선 이미 법제화…다크패턴 명시적 금지

다크패턴 규제에 대한 입법화 논의가 이제 궤도에 오른 국내와 달리,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다크패턴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새로운 법안을 발의하거나 기존 법률에 기초한 새로운 집행 원칙을 수립하고 있다.

미국 상원은 2019년 4월 ‘온라인 이용자의 기만적 경험 감소를 위한 법률’ 이른바 다크패턴금지법(DETOUR Act)을 발의한 뒤 2021년 12월 재발의했다. 이 법안은 월 실질이용자 수가 1억명 이상이고, 연방거래위원회법의 적용을 받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대상으로 이용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인터페이스를 설계·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구매자 신용회복법(ROSCA)도 있다. 이는 네거티브 옵션(소비자가 거부 의사를 밝힐 때까지 상품·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판매 방식)을 채택한 사업자에 대해 ‘사전 고지 및 명시적 동의 획득’과 ‘손쉬운 계약 철회’ 지원을 의무화한 법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2021년 9월 다크패턴을 신속 강제조사권발동 영역으로 지정했고, 연방거래위원회법 및 ROSCA 등을 근거로 온라인 정기구독 관련 다크패턴 강력대응 방침 발표, 다크패턴 보고서 발간, 가짜 리뷰·정크 수수료 방지를 위한 규칙을 제정·발표했다.

실제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다크패턴과 관련해 다수의 규제를 집행했다. 지난해 11월 취소 옵션을 제거해 취소를 어렵게 만들거나, 해지 시 약정하지 않은 위약금을 부과한 인터넷 전화제공업체 Vonage의 행위를 다크패턴으로 보고 금지를 청구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직관에 반하고, 비일관적이며, 혼란을 야기하는 버튼 배치로 인해 유저들이 의도치 않게 아이템을 구매하게 됐다”며 게임업체에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유럽연합은 2017년 12월 다크패턴 등 소비자 기만 행위에 대한 EU 공동대응을 법제화하고, 2022년 7월에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최종 승인했다. DSA는 ‘온라인 플랫폼 제공자는 서비스 이용자의 의사결정 능력을 기만,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온라인 인터페이스를 설계, 구성 또는 운영하면 안 된다’고 규정했다. 다크패턴 활용을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일찍이 영국의 경쟁시장청은 온라인 호텔예약 사이트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일부 업체들은 오인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자진 시정했다. 네덜란드 소비자시장청도 2020년 2월 온라인 다크패턴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