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뽑고 싶다” 차별구제 소송 낸 발달장애인…1심 각하

발달장애인들이 쉽게 투표할 수 있도록 그림투표용지 등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건 차별이라며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이원석)는 오늘(16일) 발달장애인 박경인·임종운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법원에서 본안 판단 없이 재판 절차를 종료하는 결정입니다.

재판부는 발달장애인들이 주장하는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선거공보물과 그림 투표용지 도입은 공직선거법 개정 사항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르면, 후보자는 책자형 선거공보·공약서와 시각장애인용 선거공보·공약서를 작성하고 배포할 수 있다"면서 "발달장애인용 정보가 포함되거나 별도 선거공보물을 작성하려면 법 개정으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 후 가능한 조치들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림투표용지에 대해서도 "공직선거법에 투표용지 기재사항과 기재방법이 규정돼 있어, 그림투표용지는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법 개정으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 뒤에야 비로소 가능한 조치다"고 봤습니다.

선고를 마친 뒤 소송을 제기한 박 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어려운 단어가 많아 선거공보물을 읽기 포기했고 투표용지도 사진 없이 글자만 적혀 있어서 투표하기 어렵다"면서 "투표하긴 했지만 아무나 찍고 나왔고 투표장에서 이 사회의 시민이 아니라 외면당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누리는 참정권을 보장받고 싶다"면서 "오늘 판결은 발달장애인의 편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 권리가 보장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송을 대리한 김윤진 변호사도 "재판부가 사법부의 (소수자 보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면서 "(소송의) 기초도 의의도 이해 못한 것이고 우리 청구가 제대로 검토도 받지 못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박 씨와 임 씨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해 1월 이해하기 쉬운 선거자료와 그림투표용지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차별 행위라면서 소송을 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인지·언어이해가 원활하지 못한 장애 특성을 고려해 투표에 필요한 정보와 편의가 제공돼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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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민 기자 (jsm@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