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지난 치킨 무 '스티커 갈이'…법원 "음식점 폐쇄 처분 위법"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통기한이 지난 치킨 무를 사용한 음식점이 구청으로부터 영업 정지와 폐쇄 처분을 받았는데, 법원이 이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16일 뉴시스에 따르면 대구지법 행정단독(판사 허이훈)은 원고 A씨가 포항시 남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정지처분 취소 등 소송에서 "영업정지 15일의 처분과 폐쇄처분을 각각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A씨는 2019년 10월 포항시 남구에서 일반음식점을 열고 운영해왔다. 이 음식점이 유통기한을 변조한 제품을 판매한다는 민원을 접수한 포항시 남구청은 지난해 11월 A씨 음식점에 대해 현장점검에 나섰다.

점검 결과 A씨가 치킨과 함께 나가는 치킨 무의 유통기한을 스티커로 변조한 후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 유통기한 '2022년 11월 23일' 부분 중 11월 부분 뒷자리에 숫자 2 스티커를 붙여 '2022년 12월 23일'로 고친 것.

포항시 남구청은 청문 등의 절차를 거쳐 A씨에 대해 영업소 폐쇄 처분을 했다. 유통기한 지난 핫소스(4g) 70여개를 주방에 보관한 사실도 확인해 A씨에 대해 영업정지 15일 처분도 내렸다.

A씨는 경상북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위원회는 이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폐쇄와 영업정지 각 처분은 위반행위의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치킨 무 스티커 변조와 관련해 A씨는 "기존 치킨 무가 모두 소진돼 긴급 발주를 했고 2022년 11월 26일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치킨 무를 공급받았다"며 "치킨 무의 유통기한이 '2022년 11월 23일'로 돼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유통기한 인쇄 오류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마치 지나지 않은 것처럼 적극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점에서 법 위반의 정도 및 비난 가능성의 정도가 절대 가볍지 않다"면서도 "지속해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한 차례 위반행위를 사유로 음식점의 폐쇄를 명하는 내용으로 하는 처분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