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전진당의 원칙있는 뚝심…프아타이당 총리후보 지지 철회 “유권자 뜻 배반”

김서영 기자 2023. 8. 1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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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 림짜른랏 태국 전진당(MFP) 대표가 지난달 13일 방콕 의회에서 열린 총리 선출 투표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총선에서 승리하고도 집권에 실패한 태국 전진당(MFP)이 “유권자의 뜻을 배반할 수 없다”면서 다가올 총리 투표에서 제2당 프아타이당의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왕실모독제 개정과 징병제 폐지 등의 공약을 끝까지 고수한 대가로 총리직까지 내놓아야 했던 전진당은 차라리 야당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다. 집권을 포기한 대신 뚝심 있게 원칙을 지켰다.

16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차이타왓 뚤라톤 전진당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전진당 의원들은 만장일치로 프아타이당이 추진 중인 연정을 지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정부 구성은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선거를 통한 국민의 뜻을 왜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진당은 프아타이당이 총리 후보로 내세운 스레타 타비신(60)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레타는 정치경험이 거의 없는 부동산 재벌 출신으로 경제 회복에 대한 염원 등을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전진당은 지난 5월 총선에서 왕실모독제 개정, 징병제 폐지 등 개혁적인 공약을 내세워 하원 제1당(151석)에 올랐다. 혁신을 원하는 젊은 세대의 지지와 군부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민심이 바탕이 됐다. 이후 전진당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인 제2당 프아타이당 등 7개 정당과 연정 구성에 합의해, 피타 림짜른랏 대표를 의회 총리 선출 투표에 후보로 내세웠다.

그러나 피타 대표가 친군부적인 상원의 반대로 1차 투표에서 과반 동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동일 후보를 재지명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결정으로 2차 투표는 무산됐다. 결국 전진당은 프아타이당 총리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물러났다.

내각 구성의 키를 넘겨받은 프아타이당은 제3당 품짜이타이당을 포섭했고 군부 계열에도 손을 내밀었다. 프아타이당은 전진당이 군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합의 하에 전진당을 연정 구성에서 제외하면서도 총리 투표에서는 지지를 요청했다. 이로써 전진당은 총선을 거쳐 제1당이 되고도 총리를 배출하지 못해 야당이 될 처지에 놓였다.

태국 방콕에서 지난 14일(현지시간) 전진당(MFP)의 지지자들이 친군부 정당과 손을 잡으려는 프아타이당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러나 이날 전진당은 끝내 프아타이당 및 향후 들어설 내각과 완전히 단절하는 길을 선택했다. 전진당은 입장문에서 “거의 모든 기존 정당들이 집결해 연정을 구성했다. 이는 총선에서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새 내각의 모습이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진당은 군부와 협력하지 않겠다는 노선을 재확인하며 “프아타이당이 국민을 위한 변화를 가져올 진보적 의제를 추진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프아타이당은 이날 전진당의 결정에 대해 “존중하겠다”고 답했다.

151석을 가진 전진당의 지지가 사라지면서 프아타이당은 현 집권 군부 정당인 루엄타이쌍찻당(RTSC)이나 팔랑쁘라차랏당(PPRP)에 더 적극적으로 손을 뻗어야 할 수도 있다. 이 두 정당은 76석을 차지한다. 공식적으로 이들은 프아타이당의 연정에 포함돼있진 않다. 이들이 2014년 탁신 전 총리의 누이 잉락 친나왓 정권을 쿠데타로 전복시켰던 세력이기 때문에 프아타이당 지지자들도 별로 반기지 않는다고 방콕포스트는 설명했다.

한편 태국 헌법재판소는 이날 “피타 대표 재출마 제한의 위헌성 여부를 심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피타 대표가 총리 후보로 재지명될 수 없다고 의회에서 결정한 이후 태국 옴부즈맨사무소는 이 결정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헌재에 청원했으나,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 총리 선출 투표 일정은 앞서 하원의장이 예고한 대로 빠르면 이달 18일이나 22일이 될 수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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