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정부 “R&D 예산 카르텔”···예산 삭감 예고

문광호 기자 2023. 8. 1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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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감염병 예산 지목
지난 6월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성중 여당 간사가 산회를 선포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정부가 16일 문재인 정부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이 10조원 이상 대폭 증가한 결과 관리시스템이 부실해지고 카르텔로 지목될 수 있는 사례들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르면 이달 중 예산 삭감을 골자로 하는 R&D 혁신방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여론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주장으로 풀이된다. 당정은 비효율 발생 원인으로 부처 간 칸막이 등을 꼽고, 연구기관 통폐합과 경쟁시스템 도입을 대안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R&D 비효율성 혁파를 위한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지난 정부에서 4년 동안 R&D 예산이 10조원 이상 대폭적으로 증가했다”며 “그 결과 과제 수가 7만5000개로 폭증했고 여러 가지 R&D 관리시스템의 부실이나 온정주의적인 평가, 전반적인 비효율로 소위 말하는 카르텔로 지목될 수 있는 사례들이 많이 나타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당정협의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 시기 예산이 증가한 대표적 R&D 사업으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및 감염병 대응 관련 사업을 꼽았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예산이) 늘어난 사업 중 소부장 (예산이) 2.7배 늘었고, 감염병 (예산이) 3배 늘었는데 관련해 새로운 연구 실적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사업 프로그램 단위도 700개에서 1500개로 굉장히 많이 늘었다. 그래서 실제 통제가 안 되는 상황도 발생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제대로 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예산을 올린 전염병, 소부장 관련해서 필요하다면 그것도 (예산을) 유지하고 증액시켜줘야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삭감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이날 논의에서 R&D 예산의 비효율적 편성과 집행 사례를 공유했다. 사업을 기획한 부처와 유관단체가 예산을 배정 받거나 기업 나눠먹기식 R&D사업, 한 기업이 11개의 과제를 선정 받는 사례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됐다.

당정은 또 R&D와 관련해 통합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비효율을 줄이기 위한 연구기관 통폐합도 거론됐다. 박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구 관련된 곳이 40개 부처로 나눠져 있으니 전체적인 비효율을 찾기 어려웠는데 통합전산시스템을 구축해 각 부처가 연구하는 걸 전부 통합해서 체크하고, 인공지능(AI)을 통해 통해 중복, 비효율연구, 나눠먹기 연구도 체크할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국가 연구기관 간의 통폐합도 어느 정도 생각해야 하지 않나”라며 “행정안전부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R&D 혁신방안 및 예산 배정에 대해 종합적인 방안을 발표한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예산이 대폭 삭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퍼진 상황이다. 과기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지난 10일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20~30% 정도 삭감된 내년도 예산안을 통보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자유총연맹 행사에 참석하던 날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출연 연구기관들 (예산) 20~30% 삭감은 아니다”라면서도 “작년 예산이 그대로 지출이 거의 안 됐거나 사업 집행이 안 된 건 삭감하고 나머지 정상적으로 집행된 예산에 대해선 삭감 안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대통령께서도 R&D 예산은 굉장히 챙기시기 때문에 삭감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은 증액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차원에서 실무당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 측에서는 이종호 과기부 장관, 주영창 과기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장관은 “예산 폭증 과정에서 관행적인 것이 발생한 측면이 있다”며 “출연연도 예산 확대 과정에서 비효율이 없었는지 점검하고 국가핵심 연구기관답게 경쟁형 시스템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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