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 처리 불가 민원 반복·상습 모욕 ‘악성 민원인’··· 법원, 벌금 ‘1000만원’ 선고
공무원들 “필요서류 추가 요청하자 지속 민원”
법원, 40대 민원인 ‘정보통신망법’ 위반 인정
경기 고양시 공무원 A씨는 2년 전 민원인 B씨(40대)에게 법이 정한 서류를 추가로 요구했다가 한동안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A씨는 B씨로부터 항의 전화를 하루에 10통 받기도 했다. B씨의 불만은 “이미 제출한 서류만으로도 민원 처리가 가능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다른 공무원 C씨도 약 한 달동안 수시로 걸려 오는 B씨의 민원 전화에 시달렸다. 대화는 거의 반말이었고 “네 엄마가 잘못 키워서 그런다” “네 엄마한테나 말대꾸 하라”는 등의 모욕성 발언도 들어야했다. 고양시에서 B씨의 행동에 정신적 고통을 겪은 공무원은 7명에 달했다.
이들은 법에 근거해 B씨에게 통화 또는 공문으로 여러 차례 답했지만, B씨는 “답변 내용이 부족하다. 직무유기다”며 감사과나 국민신문고를 통해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이런 B씨에게 지난 9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B씨의 정보통신법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모욕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보통신망법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애초 검찰은 B씨를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했지만, B씨가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번 소송은 당사자가 아닌 고양시 공무원노조가 대응팀을 꾸리고 피해 사례를 모아 2021년 11월 B씨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신체에 직접적 피해는 없었지만 전화나 인터넷 등으로 공무원들에게 장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는 판단에서다.
민선 이후 해결이 불가한 민원을 반복 제기하거나 폭언·모욕성 발언을 하는 악성 민원인들로 전국에서 적잖은 공무원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 극소수 민원인들의 행태이지만 공무원들은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등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신입 공무원들의 휴직·이직 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들은 상황이 이런데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데 답답해하고 있다. 악성 민원의 경우 피해 상황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데다 악성 민원의 기준도 뚜렷하지 않아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치단체 민원 처리 담당 공무원은 현실적으로 민원인의 전화 통화를 거부할 수 없으며 신문고 등을 통해 제기한 내용이 반복되더라도 정해진 기한 내에 답변해야만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은 물론 감사 대상이 된다. 그렇다고 공무원 개인이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고양시는 지난해 2월 ‘고양시 민원담당 공무원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특이 민원에 대한 법적대응 지원, 반복 민원 처리절차 체계화, 피해 공무원의 심리 안정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고양시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악성 민원은 ‘민원’이 아닌 ‘범죄’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도 넘은 악성민원, 기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 공무원연맹도 지난 5월 “행정안전부 등 담당부처가 악성 민원인에 대한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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