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T, 에이닷 글로벌 진출에 390억 출자…유영상 대표의 'AI컴퍼니' 승부수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서비스 '에이닷(A.)'의 글로벌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에이닷 서비스의 글로벌 진출을 주도하는 SK텔레콤 아메리카(SKTA)에 정석근 전 네이버 클로버 사내독립기업(CIC) 대표를 보낸 데 이어 390억원 출자를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적·물적 지원을 통해 미국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최근 SK텔레콤은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에 1천300억원(1억달러)을 투자했는데, 체질 개선을 통한 퀀텀점프(대도약)를 이루겠다고 유영상 대표의 'AI 컴퍼니'가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SKTA에 인력 및 실탄 지원…AI 컴퍼니 전환 전초기지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계열사 SKTA에 390억원 추가출자를 단행했다. 올해 2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3천791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에이닷 서비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미국 현지법인이자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는 SKTA에 출자를 단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SKTA는 글로벌 사업과 벤처 투자를 담당하는 북미 현지법인으로, SK텔레콤이 지분 100%를 보유하는 자회사다. SKTA는 단순 해외계열사가 아닌 AI 컴퍼니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진출에 전초기지인 핵심 계열사다.
앞서 SK텔레콤은 SKTA에 파격적인 인사를 영입한 바 있다. 정석근 전 네이버 클로바 사내독립기업(CIC) 대표를 SKTA 대표로 임명한 것이다. 그는 네이버 클로바 CIC 대표와 네이버클라우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근무하며 네이버 AI 사업을 총괄한 인물이다.
또한 SK텔레콤은 '에이닷추진단'을 'AI 서비스 사업부'와 '글로벌·AI테크 사업부' 등 2개의 부서로 격상했는데, 글로벌·AI테크 사업부를 정 SKTA 대표에게 맡겼다. 네이버 출신을 대표로 임명하고 동시에 막대한 실탄 지원을 통해 AI 컴퍼니 전환을 구체화하겠다는 유영상 대표의 경영전략으로 풀이된다.
◆SKT 체질개선 중심에 에이닷, 사업 고도화에 '속도'
SK텔레콤은 전통 통신사업에서 벗어나 AI 등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에 나서고 있다. 기존 5대 사업군인 유무선통신,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AIVERSE, 커넥티드 인텔리전스 체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핵심사업의 AI 반영 ▲AI로 고객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혁신 ▲산업의 AI전환(AIX)을 추진 중이다.
이같은 'AI 컴퍼니' 핵심에는 1천5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개발한 에이닷이 있다. 에이닷은 지난해 5월 한국어 거대 언어모델을 B2C 분야에 상용화한 AI 서비스다. 사람을 잘 이해하는 개인화된 AI 서비스로 대화와 서비스, 캐릭터 등을 고도화해 출시 9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확보, 순항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이용자가 에이닷과 오래전 대화했던 내용 중 중요한 정보를 기억해 주는 '장기기억' 기술과 다양한 영역에서 수집된 이미지와 한글 텍스트를 동시에 학습해 사람과 흡사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 리트리벌' 기술을 고도화했다.
자체 언어학습모델(LLM)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해 390억개 파라미터 규모로 키우고 언어 모델 고도화 핵심 기술인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RLFH) 기술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에이닷의 대화·서비스·캐릭터 등을 고도화해 한국의 대표 AI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다.
◆전세계 생성형 AI 시장 주도권 경쟁 치열…SKT도 사활 건다
SK텔레콤은 최근 미국의 생성형 AI 기업 앤트로픽에 1억 달러(약 1천300억원)을 투자했다. 앞서 지난 5월에도 앤트로픽에 시리즈C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통해 다국어 거대언어모델(LLM)을 공동 개발하고 AI 플랫폼도 함께 구축할 계획이다.
앤트로픽은 챗GPT 개발사로 유명한 오픈AI 출신 연구원들이 만든 회사다. 앤트로픽의 AI 챗봇 '클로드(Claude)'는 챗GPT와 더불어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AI 챗봇으로 평가받고 있다. SK텔레콤과 앤스로픽은 한국어, 영어, 독일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을 포함한 다국어 LLM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글로벌 통신사들이 함께 활용하는 AI 플랫폼 구축에도 나설 예정이다. SK텔레콤을 중심으로 결성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동맹)가 활용할 다국어 LLM 기반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도이치텔레콤, 싱텔 등 동맹 기업이 국가별 특징 등을 반영해 AI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이 AI 전환에 나선 이유는 AI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정체된 내수용 통신시장만으로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유영상 대표는 SK텔레콤을 AI 컴퍼니로 전환해 오는 2026년까지 기업가치를 40조원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유영상 대표는 "통신업을 재정의해 비즈니스 모델(BM)을 만드는 '인공지능(AI) 대전환'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키고 최선을 다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며 "AI는 모든 산업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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