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이상품 오픈런 1시간이면 동나…올 추석엔 차례상 다이어트"

유민주 기자 김예원 기자 2023. 8. 1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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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문열자 주부들 가격 저렴한 떨이상품부터 카트에
추석 장보기 벌써 걱정…"과일 너무 올라 조촐하게 차릴 것"
16일 오전 10시30분. 서울영등포구의 한 마트 떨이코너. ⓒ News1

(서울=뉴스1) 유민주 김예원 기자 = # 주부 A씨(53)는 마트가 문을 열자마자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떨이상품'이 진열된 매대로 향했다. 2~3명의 주부도 재빠르게 카트를 밀며 뒤따랐다. 채소와 과일 가격이 치솟으면서 나타난 새로운 '오픈런(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달려가는 현상)'이다.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 풍경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B씨는 "요즘 떨이상품 금방 없어져요. 오픈한 지 30분밖에 안 됐으니까 좀 남아있는 거지, 11시쯤 되면 다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예전에 비해 떨이상품 매진 속도가 2배 정도 빨라진 셈이다.

'떨이제품'은 정가대비 10~50%가량 할인된 가격에 판매된다. 이날 정식매대에서 판매하는 제철 포도는 1kg당 1만5900원. 반면 할인 코너에 있는 포도는 1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정가 대비 30~40%가량 저렴했다.

B씨는 "우리가 수시로 제품을 정리해서 떨이코너에 올려두는데, 가끔 가만히 매대를 지켜보면 자세히 보지도 않고 바로 카트에 담는 손님도 많다"며 "그마저도 비싸다며 나한테 푸념을 늘어놓는 손님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마트에서 장보는 주부. ⓒ News1

주부들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 장보기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장마와 폭염에 이어 태풍까지 겹치면서 과일과 채소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서 이달 10일 기준으로 집계한 과일 값도 전달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올랐다. 사과(상품) 도매가격은 10㎏에 8만6225원으로 1년 전(5만9720원)보다 44.4% 급등했다. 지난달(7만4872원)에 비해서도 15.2% 올랐다.

이날 진열대에 햇사과 1봉지(5~8개)는 1만4900원, 초록사과 1봉지(5~8개)는 1만1900원 꼴이었다. 아직 제철은 아니지만 추석상에 빠질 수 없는 배도 비싸긴 마찬가지었다. 원황배 한박스(4~7개)의 가격은 1만5900원 수준이다.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차례상에 올릴 과일을 장만하는 데만 5만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사과와 배 가격을 유심히 살피던 주부 이모씨(58)는 "살 엄두가 나지 많는다"며 "추석쯤에 지금보다 더 올라있을텐데 이번에는 조촐하게 차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손모씨(27)는 "휴가 내고 친구들하고 호캉스를 보내기로 해서 장을 보러 왔다"며 "장 볼 일이 없어서 물가가 이렇게 비싼지 몰랐는데 벌써 예산액 초과해서 그냥 한끼 사먹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집중 호우로 과수 농가 피해는 전국적으로 여의도 면적(290㏊)의 10배가 넘는 3042헥타르(㏊)로 파악됐다. 그중 여름 제철 과일인 복숭아(1418.8㏊)와 사과(537.9㏊)를 경작하는 과수원에 피해가 집중됐다.

판매대에서 물건을 고르는 소비자들은 오른 가격에 한결같이 신중한 모습이었다. 이날 진열된 복숭아는 충주복숭아 4~7개에 1만8900원, 천도복숭아 6~13개에 1만1900원, 가장 비싼 복숭아는 4~6개에 1만9800원까지 치솟아 있었다.

오히려 해외 수입 과일을 집어가는 주부둘의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한 60대 여성은 놓인 물건을 집었다 내려놓길 반복하다가 옆에 있는 캐나다산 체리를 한박스 담았다. 이날 매대에 진열된 캐나다산 체리는 500g에 1만1800원, 잭슨자몽 5~6개는 6980원꼴로 국산 과일에 비해 저렴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공급량 감소에 따라 이달 사과 도매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6% 비싸고, 배 역시 10.9~20.1% 더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태풍 피해 수준에 따라 이보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커짐에 따라 이제는 농업도 ICT 기술이 접목된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피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기후위기가 이제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외부 기상 영향을 최소화하는 생산방식을 고려해 생산·유통·소비자를 연결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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