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권장한 '특수 페인트' 사용 건물 하자…문제 생기자 "강요한 거 아냐"

이현동 기자 2023. 8. 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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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에서 고가의 페인트가 사용된 건물 외벽이 갈라지거나 벗겨지는 피해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이 페인트가 시의 '권장'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고가의 페인트가 사용된 준공 3~4년차 정도의 부산 내 몇몇 건물 외벽이 갈라지거나 벗겨지는 등 피해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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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업계 "사실상 지시"…시 "업체·제품 특정한 적 없다"
페인트 업체 "공인기관 인증 제품, 잘 유지되는 건물 더 많아"
건물 상층부의 외벽이 갈라지거나 벗겨지는 피해가 발생한 부산의 한 아파트 전경./뉴스1 이현동 기자

(부산=뉴스1) 이현동 기자 = 부산시에서 고가의 페인트가 사용된 건물 외벽이 갈라지거나 벗겨지는 피해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이 페인트가 시의 ‘권장’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고가의 페인트가 사용된 준공 3~4년차 정도의 부산 내 몇몇 건물 외벽이 갈라지거나 벗겨지는 등 피해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해당 페인트는 '나노 세라믹' 기술이 적용된 페인트다. 소비자 가격은 한 통(18L) 기준 일반 수성 페인트의 평균 가격보다 6배가량 비싼 31만 5000원이다.

시는 건물의 준공 허가 전 시행되는 건축심의에서 해당 페인트의 종류를 명시하며 시공업체들에게 이 제품 사용을 ‘권장’해왔다.

관련 업계는 이처럼 특정 종류 제품을 ‘권장’하는 행위가 사실상 사용을 강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부산에서는 해당 페인트를 제조하고 있는 업체가 한 곳뿐인 것으로 알려져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도 제기된다.

부산의 한 시공업체 관계자는 “시가 허가권자니까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웬만하면 시가 권장하는 제품을 쓰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며 “말만 권장이지 사실상 이 제품 쓰라는 얘기와 같다. 선택권에 자유를 줄 거라면 권장을 안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 부산에서만 최근 5~6년간 이 페인트가 쓰인 신축 건물이 6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책임을 지는 곳은 없다는 점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권장을 했다는 건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라서 꼭 지켜야 하는 게 아니다. ‘지시’나 ‘강요’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며 “또 건축심의 과정에서 특정 제품명이나 업체를 명시한 적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과거의 심의 서류에 ‘세라믹’ 계열 페인트가 명시된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권장한 종류의 제품을 안 썼다고 해서 허가를 안 해주거나, 이의 제기를 하는 등 불이익을 가하는 일은 앞으로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페인트를 제조하는 업체는 “나노 세라믹 페인트는 여러 공인기관의 인증을 받았고 효과가 입증된 제품”이라며 “문제가 발생한 건물들은 원래부터 콘크리트 자체에 하자가 있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페인트가 아무리 신축성이 있다고 해도 벽이 갈라지는 것까지 막을 순 없다. 또 실제 공사 현장에서는 저가 수주에 따른 손실을 줄이고, 자재비에서 이익을 남기려고 페인트에 권장량보다 많은 양의 희석제를 섞어 쓴다. 당연히 페인트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부산에는 문제가 생긴 곳보다 잘 유지되고 있는 곳이 훨씬 더 많다”고 해명했다.

lh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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