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떨어진다, 팔아라”…엔씨소프트에 ‘매도’ 외치는 외국계

김남희 기자 2023. 8. 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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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엔씨소프트

투자자 A씨는 10여 년 전 만들어 두고 잊고 있었던 대신증권 계좌를 얼마 전 발견했다. 복잡한 인증 절차를 거쳐 열어본 계좌 안에는 게임 회사 엔씨소프트 주식이 약간 들어 있었다. 2012년 새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이 나오면 주가가 오를 것 같다는 말에 몇십 주 샀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당시 20만 원대에 샀는데, 지금도 주가가 20만 원대인 걸 보고 A씨는 ‘이 회사 주식은 오르지도 않고 그대로인가 보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2012년 20만 원대였던 엔씨소프트 주가가 지금도 20만 원대인 건 맞는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간 계속 20만 원대였던 건 아니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 2월 주가 100만 원을 돌파해 ‘황제주’ 반열에 등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주가는 죽죽 빠지기 시작해 이달 14일 26만2500원(종가)까지 추락했다. 2년 반 만에 전성기 대비 4분의 1토막 난 셈이다. 16일에도 전 거래일 대비 2.1% 하락해 25만7500원까지 주저앉았다.

엔씨소프트는 주주 불만이 유독 큰 대표적 종목이다. 확률형 아이템 위주의 과금 방식을 계속 고수하며 전작과 별 차이 없는 게임만 내놓는다는 원성이 이용자 사이에 자자하다. 많은 돈을 써서 유료 아이템을 구매한 일부 이용자가 게임을 지배하다 보니, 일반 이용자는 ‘사행성’ 게임이라 비판하며 금방 떠나는 패턴이 반복됐다. 내놓는 신작마다 흥행에 실패했다.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주가를 바라보는 주주들 사이엔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고, 지하실 밑에 땅굴이 있다’는 한탄도 나온다.

2023년 8월 14일(종가 26만2500원)까지 최근 1년간 엔씨소프트 주가 흐름. /구글

실적은 내리막길이다. 엔씨소프트의 2분기(4~6월) 매출은 4402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30%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353억 원으로 71% 급감했다. 영업 이익률은 지난해 2분기 19.5%에서 올해 2분기 8.0%로 뚝 떨어졌다.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 리니지의 모바일 게임 시리즈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 3종의 비중이 60% 이상이다.

이 중 리니지W 매출(1028억 원)은 지난해 2분기 대비로는 54.0%, 올해 1분기 대비로는 16.1% 줄었다. 리니지2M 매출(620억 원)도 지난해 2분기 대비 35.6%, 올해 1분기 대비 15.1% 감소했다. 전체 게임 중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2분기 29.5%) 리니지M은 2분기 매출이 1278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9.5%, 올해 1분기 대비 1.8% 감소했다. 경쟁사에서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 장르 게임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리니지W나 리니지2M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가에 더 큰 악재는 예정됐던 신작 게임 출시 일정이 줄줄이 연기됐다는 것이다. MMORPG 장르 TL(쓰론 앤 리버티)은 올해 상반기 출시가 예정됐다가 하반기로 연기됐는데, 그나마 국내 버전만 12월에 나오고 해외 출시는 내년으로 또 미뤄졌다. 앞서 5월 진행된 국내 비공개 시범 테스트(CBT)에선 사용자의 혹평이 주를 이뤘다.

블레이드앤소울S, 배틀크러시, TL 글로벌은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에서 내년 상반기로 미뤄졌다. 연내 출시 예정이었던 전략 모바일 게임 프로젝트G 출시는 내년 하반기로 연기됐다. 아이온2는 디렉터가 바뀌어 완전히 새로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2025년 출시도 불확실하다. 신작 출시 일정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올해와 내년 이익 전망치는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현재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겸 최고 창의력 책임자(CCO)가 게임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엔씨소프트 본사. /엔씨소프트

2분기 실적 공개 후 외국계 증권사에서 엔씨소프트 주식을 매도하라는 투자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중 주식을 사라는 ‘매수’ 의견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은 팔라는 의미로 ‘매도’ 또는 ‘중립’ 의견을 내놨다. 엔씨소프트 주식의 외국인 보유율은 연초 44.9%에서 이달 14일 42.58%까지 낮아졌다.

노무라는 10일 엔씨소프트 투자 의견을 매도를 뜻하는 ‘비중 축소(reduce)’로 유지하면서, 목표 주가를 3월 제시했던 32만 원에서 23만 원으로 낮췄다. 9일 종가가 26만25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주가가 앞으로 더 떨어질 거라 본 것이다. 노무라는 지난해 4월 엔씨소프트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린 후, 올해 1월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낮춘 바 있다.

씨티증권도 10일 엔씨소프트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가를 47만 원에서 28만 원으로 내렸다. 맥쿼리는 같은 날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하면서, 목표가를 28만 원으로 낮췄다. 크레디스위스는 14일 엔씨소프트 투자 의견을 3월의 ‘아웃퍼폼’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 주가를 30만 원으로 제시했다.

한국 증권사도 다수가 2분기 실적 발표 후 투자 의견을 강등하거나 목표 주가를 내렸다. 그중에서도 다올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10일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hold)’으로 낮추고, 목표 주가를 24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게임 매출 감소가 지속되고 있어 TL 게임만으로는 영업이익의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수의 후속작 출시가 불분명한 것을 문제로 꼽았다. 직원 수에 비해 신작 진행이 더디다는 것이다. 그는 “역량 있는 디렉터의 부재로 프로젝트 완성도가 올라오지 못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신작이 없는 상황에서 매출 대비 47.4%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여전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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