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다시 선발진 가세한 22세 좌완, 두산 5강행 ‘키 플레이어’ 될까
힘겹게 5강 마지노선을 지키고 있는 두산 이승엽 감독이 투수진 개편을 단행했다. 15일 이 감독은 마무리 홍건희와 셋업맨 정철원의 자리를 맞바꾼다고 밝혔다. 여기에 선발 최원준을 불펜으로 내렸고, 대신 좌완 최승용(22)을 위로 올린다고 했다.
최승용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최승용은 지난 9일, 48일 만의 선발 등판에서 삼성을 상대로 5.1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튿날 이 감독이 “인생투였느냐”고 물을 만큼 빼어난 피칭이었다. 최승용은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최승용의 선발 등판은 일회성 카드였다. 삼성전 원래 선발 순번이던 최원준이 허리 통증을 호소해, 불가피하게 최승용을 대체 선발로 썼다. 이 감독은 최원준이 부상을 털고 정상 등판하면 최승용을 ‘1+1’ 불펜으로 기용하려 했다.
그러나 최원준이 13일 한화전에서 1.1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하며 최승용을 올릴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이틀 만에 이 감독은 최승용을 선발로 올리기로 했다. 최원준의 부진이 계속되기도 했고, 최승용의 최근 피칭도 워낙 인상적이었다.
최승용은 5선발로 올 시즌을 시작했다. 첫 등판 1.2이닝 8실점으로 난타를 당했다. 이후 투구폼을 손보면서 몇 경기 호투했지만, 부침이 심했다. 드문드문 불펜으로도 나왔다. 최승용은 6월 22일 SSG전 3.1이닝 2실점 투구를 마지막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졌다.
불펜 전업 후 최승용은 호투했다. 11차례 등판해 12이닝 동안 3실점만 했다. 7월 25일 롯데전 1.1이닝 3실점을 했지만, 나머지 10차례 등판은 모두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후 대체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도 ‘인생투’ 소리를 들을 만큼 좋은 투구로 눈도장을 받았다.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 곽빈까지 두산의 1~3선발은 어떤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만큼 탄탄하다. 하위 선발이 얼마나 받쳐주느냐가 문제다. 그간은 중간중간 적절한 우천 취소로 선발 상위 순번들 위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최승용과 함께 4·5선발을 맡을 김동주는 체력 난조를 보인다. 5월 24일 삼성전 이후로 선발 5이닝 투구를 하지 못했다. 최승용이 최대한 긴 이닝을 버텨줘야 마운드 운용에 숨통이 트인다.
두산은 타선의 중심 양의지가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지금보다 더 마운드의 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 보직을 받은 투수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5강 레이스에서 버틸 수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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