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날씨에 양재천 메타세쿼이아 733그루 ‘응급치료’ 받는다
누렇게 잎 변하고 일찍 낙엽지는 등 이상증세
수분·양분 주사로 공급하고 숨틀 434개 설치
서울 양재천로 영동2교부터 영동6교까지 2.9㎞ 이어지는 메타세쿼이아 길의 나무 수백 그루가 응급치료를 받고 있다. 가뭄과 폭염 등 극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생육에 막대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는 지난 봄부터 양재천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의 잎이 누렇게 변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여 토양조사와 영양제 투여 등 조치에 나섰다고 16일 밝혔다. 올여름 폭염으로 잎이 마르고 일찍 낙엽이 지는 증상까지 추가로 발견된 상황이다.
메타세쿼이아 길에서는 지난 봄 가뭄 이후 나뭇잎이 누레져 ‘나무를 살려달라’는 주민 민원이 여러 건 접수됐다. 해당 구간의 나무 수령은 50~60년으로 총 733그루가 이상 증세를 보였다.
강남구는 지난 3월부터 방제작업을 벌이고 토양 시료를 채취해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토양의 pH와 염기 포화도가 기준치보다 높아 수분과 양분 흡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는 환경이어서 수세(樹勢)가 약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생육 공간이 좁은 데다 인근 도로에서 발생하는 도시 공해, 수목 노쇠화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나무에 새 잎이 나와 수분이 많이 필요한 4월부터는 피해 증상이 심각해졌다.
증세 완화를 위해 5월부터 메타세쿼이아 수목에 수분뿐 아니라 영양주사로 양분을 공급하고 지표와 뿌리 부근을 연결하는 관인 숨틀 434개도 설치했다. 피해가 심한 나무 윗가지를 잘라 잎을 통해 증발되는 수분량을 조절했다.
상반기 긴급조치로 급한 불은 껐지만 메타세쿼이아 길의 나무들은 폭염에 또 한번 시달리고 있다. 최근 전반적으로 황화 현상이 발생하고, 일부 나무에서는 조기 낙엽 증상까지 나타난 것이다.
이에 강남구는 지난 9일 국내 최초 나무의사인 강전유 나무종합병원 의사와 피해가 심각한 구간을 정밀조사 했다. 검진 결과 병충해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뜨거운 날씨가 지속되면서 잎에서 수분이 과도하게 증발해 잎이 바싹 말라 버리는 엽소 피해가 확인됐다.
강남구 관계자는 “9월 초 하반기 토양 분석을 재실시해 토양처리 약제를 땅에 주사해 소독(토양관주)하고 액체 비료를 잎에 직접 공급(엽면시비)하는 등 나무의 생장과 관리에 더 신경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12월 초겨울 방재 작업으로 진행되는 제설제 살포에 대비해 녹지 보호막 설치를 강화하고, 제설제 종류와 사용량도 철저하게 검토할 방침이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양재천의 수려한 정취를 만드는 메타세쿼이아길에 대한 주민들의 걱정을 덜기 위해 나무를 살리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꾸준히 생육 상태를 관리해 양재천 메타세쿼이아 수목들이 잘 보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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