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네번째 기소 의미 주목…‘조폭 소탕법’ 적용·재판 생중계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 개표 결과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마피아 등 조직범죄 소탕을 위해 만들어진 리코(RICO)법이 적용돼 주목된다. 조지아주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공범 18명을 함께 기소하면서 선거 결과 조작을 위한 ‘광범위한 모의’가 있었다는 점을 밝혀내려 하고 있다. 네 번째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까지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데, 이전과 달리 재판 과정이 생중계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조지아주 검찰의 기소가 1·6 의사당 폭동 사태 연루 혐의로 지난 1일 이뤄진 연방검찰의 기소 내용과 차별화된다고 15일 지적했다. 두 건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를 전복하려 한 사실을 정조준하고 있고, 비슷한 증인을 소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소 과정에서 적용한 법리나 기소 범위 등에서는 결정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패니 윌리스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검사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 등에 리코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리코법은 1970년대 마피아 등 조직 범죄 대응을 위해 연방의회가 제정했다. 조지아주는 1980년 보다 광범위한 적용이 가능한 리코법을 통과시켰는데, 이에 따르면 공동의 목표를 위해 저질러진 여러 개의 범죄를 한꺼번에 묶어 기소할 수 있다. 윌리스 검사장은 2014년 시험 결과 조작에 가담한 교육자들을 기소할 때도 리코법을 적용하는 등 이 법에 대한 이해가 깊은 편이다.
특히 조지아주 리코법은 유죄 확정시 최소 5년~최대 20년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실형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더라도 연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과 달리 ‘셀프 사면’이 어렵다. 조지아주는 주지사가 아닌 별도 위원회가 사면 권한을 갖고 있다.
흑인 여성인 윌리스 검사장은 수사를 진행해 온 약 2년 반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급진 좌파” “미치광이” 등의 폭언을 들었고, 극렬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신변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텃밭으로 여겨져 온 조지아에서 패배할 위기에 놓이자 주 국무장관에게 “1만1780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한 통화 내용을 시작으로 수사를 확대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가장 광범위한 기소를 주도했다.
WP는 조지아주 검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측근과 변호사, 지방정부 관리들과 함께 선거 결과 조작을 모의한 점에 집중한 점도 특징으로 꼽았다. 그 결과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마크 메도스 전 비서실장 등 핵심 참모를 포함한 공범 18명이 대거 실명으로 기소됐다. 지난 1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국에 대한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공범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 주장과 내란 음모나 폭동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기소의 광범위한 성격으로 인해 재판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윌리스 검사장은 6개월 내에 재판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19명이나 되는 피고인 숫자 등을 고려할 때 2024년 대선 이후로까지 재판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번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로 받을 정치적 타격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21일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 기소를 지지층 결집을 위한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트럼프 선거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미국인들은 바이든의 ‘법무부 무기화’가 트럼프의 또 다른 기소로 이어졌다는 점을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후원금 상당액을 소송 비용에 지출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피고인 19명은 오는 25일까지 풀턴카운티 법원에 출석해 기소인부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이번에는 지난 세 차례의 기소 때와 달리 재판 과정이 TV로 생중계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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