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나눠먹기·뿌려주기 R&D' 바꾼다…"출연연 통폐합 검토"(종합)
R&D통합시스템 구축·출연연 통폐합 추진
이달 중 제도 개선책·R&D예산 조정안 발표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1. 한 부처가 발주한 소규모 건축물의 소비에너지 최적화 기술 개발 과제 기획을 수행한 A협회는 추후 과제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2. 또 다른 부처가 발주한 사회적경제혁신성장 연구개발(R&D) 사업에서 B업체는 가구제조업으로 등록돼있는데 표고버섯과 편백나무 수피 추출물을 활용한 친환경 기능성 화장품 개발 과제를 수행했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16일 정부 R&D 카르텔과 비효율을 혁파에 팔을 걷어붙였다. ‘나눠먹기’ ‘뿌려주기’식 R&D사업을 구조조정하고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쇄신하는 등 제도적 개선 방안을 이달 중 내놓기로 했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정부 R&D 비효율 혁파 대책 실무 당정 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논의했다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발표했다. 박성중 의원은 “기술 패권 시대에 세계가 전쟁 중인데 카르텔이 우리 발목을 잡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혁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당정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R&D 예산이 20조원대에서 30조원대로 10조원 정도 늘어나는 동안 비효율과 카르텔이 늘었다고 진단했다. 박성중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4년 동안 R&D 예산 10조원 이상 대폭 증가한 결과, 과제 수가 7만5000개(2021년 기준)로 폭증했고 여러 R&D 관리 시스템 부실, 온정주의 평가, R&D 전반의 비효율까지 더해져 카르텔로 볼 수 있는 사례가 많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5~2019년 R&D 정책자금은 15번 이상 중복 지원 받은 기업은 106개로 조사됐다. 특정 업체가 같은 연도에만 ‘중소기업 상용화 기술 개발’ ‘기술성과활용촉진’ ‘중소기업 기술 혁신 개발’ 등 비슷한 내용으로 과제 11개를 동시에 수행한 사례도 적발됐다.
당정은 과제를 기획한 당사자나 유관단체가 해당 과제를 가져가거나 기업에 뿌려주기 식 R&D, 비슷한 비슷한 주제로 10여개 과제를 타내는 눈 먼 R&D를 배제하겠다는 방침이다. 0.4%에 불과한 국제공동연구에 대해선 글로벌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의 공동 연구로 방향을 바꿔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부처 간 R&D 과제를 통합하는 시스템 ‘아이리스’가 구축된다. 40여개 부·처·청이 동시에 R&D를 발주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효율을 막고 부처 간 칸막이를 낮추려는 취지다. 컨트롤타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라 정부 출연 연구기관(출연연)을 통폐합하는 방안도 검토될 예정이다. 박 의원은 “국가 연구기관 간 통폐합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연구기관 간 유사 기능이 있으니 이를 조정하고 나눠 통폐합하겠다는 것으로 지금부터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 역시 모두발언에서 출연연을 국가 임무 중심형 전문기관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출연연에 대한 예산 삭감을 두고 과학계와 야당에서 우려를 제기하는 데 대해 박 의원은 “만일 지난해 예산이 지출되지 않고 그대로거나 사업이 집행되지 않았다면 삭감하고 정상 집행된 예산에 대해선 거의 삭감하지 않을 것”이라며 “필요한 부분은 더 증액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이날 논의한 내용 등을 반영해 이달 중 R&D 비효율 혁파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과 2024년도 R&D 예산 배분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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