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인성 "권 상사로 리즈 경신? 세월이 준 선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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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3주차에 400만 관객 흥행을 달성하며 올여름 대작 경쟁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 '밀수'의 단단한 인기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 임에도 로맨틱한 면모까지 선보이며 '리즈를 경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인성의 지분도 상당한듯 하다.
영화 '모가디슈'에 이어 '밀수'로 류승완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이룬 조인성은 사업가적인 면모와 악독한 기질로 밀수판을 접수한 전국구 밀수왕이자 전국구 밀수 1인자인 권 상사 역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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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개봉 3주차에 400만 관객 흥행을 달성하며 올여름 대작 경쟁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 '밀수'의 단단한 인기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 임에도 로맨틱한 면모까지 선보이며 '리즈를 경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인성의 지분도 상당한듯 하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 영화 '모가디슈'에 이어 '밀수'로 류승완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이룬 조인성은 사업가적인 면모와 악독한 기질로 밀수판을 접수한 전국구 밀수왕이자 전국구 밀수 1인자인 권 상사 역을 연기했다. 부산항이 단속으로 인해 막히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던 중 춘자(김혜수)를 만나 새로운 큰 판을 기획하는 인물.
최근 '밀수' 인터뷰를 위해 스포츠한국과 만난 조인성은 다른 주연배우들에 적은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멋짐이 폭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여심을 뒤흔드는 폭풍 매력신 촬영의 비결을 전했다. 조인성은 이날 인터뷰에서 배우로서 나이들어 가는 것에 대한 소회와 직업적 생활과 개인적 생활의 조화를 이뤄가는 것에 대한 개인적 철학에 대해서도 차분히 이야기를 펼쳤다. 생각마저 멋진 배우 조인성의 이후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류승완 감독이 대놓고 조인성의 멋짐을 펼쳐줬다는 반응이 다수다.
▶ 멋있었나? 저는 잘 모르겠다. 멋있게 하려고 한 것도 아니다. 김혜수 선배의 춘자 캐릭터와 권상사가 어떤 관계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딱 보시는 관계 그대로다. "사랑하는 관계다, 아니다"라고 정의할 수 없다. 보는 사람의 마음과 시선 그대로다. 특별히 '이러하다'고 규정짓는 건 상상력을 막는 일인 것 같다. 선배도 저도 멜로가 가능하고 남녀가 만나 연기했는데 보은 분들의 시각이 멜로라면 그런 것 아니겠나.
- 권 상사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디자인했나.
▶ 박정민이 연기한 장도리와 비교하자면 권상사는 전국구의 품위를 가진 인물 아닌가. 전국구라고 하는 건 전국에서 제일 잘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류 감독님으로부터 그 품위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는 요구가 있으셨다. 매너도 있고 카리스마도 있는 인물인데 또 얼빵한 면도 있었다. 배가 막 움직였는데 무너지는 자기만의 표정이 나오고 입체적으로 그리려 했다. 자칫 폼만 잡다가 지루해질 수도 있는 캐릭터였는데 배우들과의 케미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됐다.
- 권 상사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것이 있다면.
▶ 매력적으로 보이기위해 노력했다기보다 프로듀서의 눈으로 본다면 브릿지가 필요해 보였다. 그 브릿지를 어떻게 해낼 것인가 생각했다. 제 스스로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일 것인가 고민하다 보면 큰일이 난다. 제가 주인공이 아니고 선배님들이 주인공이시고 저나 박정민, 고민시는 선배들이 키워주신 캐릭터다. 주인공들은 마치 공기와 같은 필수 요소다. 공기가 없다면 숨을 쉴수 있겠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10년간의 작품 중 외모적으로 가장 빛이 났다.
▶ 굳이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부모님의 도움을 받은 것 아니겠나.(웃음) 나이가 주는 어드밴티지가 있는 것 같다. 만일 이 역할을 더 젊을 때 했었다면 이런 느낌은 아니었겠지. 화면 속에서 잘 생기게 보였다고 한다면 매력적으로 보였다는 의미일 것 같다. 잘 생긴 배우는 저만 있는 게 아니잖은가.(웃음) 이번에 관객들이 보시기에 매력적으로 보이셨다면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감성에 비해 공부가 부족해서 말을 잘 못한다. 꽃에도 좋은 향기가 날 때가 있지 않나. 나이 들어 가면서 생기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지금 이 나이에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고 본다. 지금 시기에 맞는 세월이 준 어드밴티지를 잘 받아들여서 완성한 모습이다.
- 김혜수, 염정아 여성 투톱의 영화이고 분량 또한 적었는데 출연을 두고 고민은 없었나.
▶ 남성 캐릭터 위주의 영화냐 여성 캐릭터 위주이냐는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어차피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고 춘자와 진숙의 이야기인데 강한 브릿지가 필요했던 것 같다. 류승완 감독과 저의 사이 정도가 되면 역할이 크냐, 작냐의 문제보다는 이 역할을 어떻게 만들것인가 위주로 대화하게 된다. 류승완 감독은 배우를 써먹기만 하고 버리는 감독도 아니고 나오면 나오는 이유를 부여해 주는 감독이다. 때마침 디즈니+ '무빙'의 출연을 앞두고 '모가디슈'의 홍보를 하고 있을 당시였다. 3개월 딱 비어있는 구간이 있어서 '모가디슈' 홍보를 하면서 '밀수'를 찍었다. 류 감독님과 '밀수'를 찍고 다시 서울 올라가 '모가디슈'를 홍보하고 18회차 이내로 촬영했다. 스케줄의 접점도 잘 맞았다. 차기작인 '무빙'도 NEW 제작이었고 강풀 작가와 류승완 감독이 친한 친구 사이였기에 저의 스케줄을 잘 이해해주셨다.
- 배우로서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자. 40대 배우로서 특별히 더 노력하는 것이 있나.
▶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고민을 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웰에이징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나. 물론 오메가3도 먹고 비타민도 먹는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일과 사생활의 조화에 두는 것 같다. 배우는 항상 몸을 쓰는 직업이다보니 밸런스를 잘 맞추려고 한다. 요즘은 밤 10시 이후에는 전화도 안받고 12시 전후에는 자려고 노력한다. 예전 같으면 밤 늦게도 지인들이 불러내면 나가기도 했는데 이제 제 스스로 매니지먼트할 수 있는 나이가 되다보니 계획적으로 저를 이끌려고 한다.
- 마음공부도 열심히 하는 것 같던데.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도 출연했다.
▶ 불교 신자는 아니다. 다만 행복도 괴로움도 다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는 스님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인간에 대한 탐구도 하고 공부도 하고 있다.
- 최고의 필모그래피를 만들어 준 류승완 감독과 두 번 호흡한 소감은.
▶ '모가디슈' 때 모로코 등 해외에서 4~5개월을 같이 살지 않았나. 한국 교민이 2명 계신 동네다. 마치 마을을 이루고 산 것과 다름없다. 촬영 자체도 힘들다. 힘들 때 몰래 먹으려고 숨겨둔 순대국을 감독님 호텔 방 앞에 걸어두고 하면서 정이 쌓이지 않았겠나. 스태프들도 몰래 먹으려고 둔 소주 한병을 슥 건네주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 때 정을 함께 나눈 팀들이 '밀수'를 함께 했다. 5개월 함께 하며 서로 볼 꼴 못볼 꼴 다 본 사이이니 많은 것들이 종합돼서 서로 신뢰가 쌓였다. 그렇게 하면서 '밀수'도 제안해 주신 것 같다.
- 류승완 감독이 권 상사 역에 캐스팅한 이유를 이야기해줬나.
▶ 감독님과 이미 작업했기에 확인된 배우가 들어오면 사전 이야기 시간이 짧아지지 않나. 그래서 제가 투입된 것 같다. 아까도 말한 강력한 브릿지가 필요하셨을 거고 제가 국면전환하는 캐릭터로 기능을 발휘했던 것 같다. 권 상사로 인해 판이 커지고 강력해지지 않나. 특별히 매력을 보이려고 했다기보다 강력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 장도리 역 박정민, 옥분 역 고민시와의 호흡도 궁금하다.
▶ 요즘 후배들은 너무 천재적인 것 같다. 제가 어릴 때를 생각하면 그렇지 못했다. 이해가 빠르더라. 감독님의 주문이 들어왔을 때 바로 자기화시켜 해석해서 바로 나오더라. 두 사람 모두 바로 표현을 하더라.
- 품위와 카리스마가 넘치는 액션을 펼쳤다. 특별히 신경쓴 부분은.
▶ 동작을 크게 해야만 효과가 나는 장면이었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이용해 동작을 크게 펼치려 노력했다.
- 차태현과 함께 하는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 1, 2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예능 출연을 시도하게 된 계기가 있나.
▶ 코로나가 한창일 시기였다. 그 기간이 3년이나 됐다. 세상의 변화는 급속도로 빨라졌는데 사람간의 관계는 깊숙해지지 못하고 오히려 단절됐다. OTT 등장으로 개인이 안전하게 컨텐츠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나왔고 영화를 티브이나 핸드폰으로도 즐길 수 있으나 극장에서 즐기기에는 어려워진 시대가 되버렸다. 거리두기도 있었고 띄어앉기 제도까지 도입된 시기였다. 관객이 극장으로 못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대중을 만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라. 배우와 대중이 만나는 자리를 새롭게 세팅해야 하는 시기였다. OTT 드라마를 한편 찍는데 8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걸린다. 어떤 방식으로든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데 생각해낸 것이 예능이었다.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제 이야기를 할 건 별로 없었고 지역에 사시는 분들과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제 이기적인 마음으로 보자면 제가 동네분들께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어떤 할머니께서 이광수 손을 잡으며 "요즘 젊은 친구들이 많이 아파하는 것 같다. 복을 많이 받아라"고 하시며 이유 없는 위로를 해주신 적이 있다. 기성 세대들에게는 멋이 있는 것 같다. 2편도 그래서 도전했고 3편에도 출연한다. 제가 오히려 힐링 받는 것 같다.
- '밀수'는 조인성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 영화계가 아직도 많이 어렵다. 그때가 쉬웠을 수도 있고 지금이 나아진 것일수도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어려운 와중에도 해내야 한다. 관객들이 이 시기에 밖으로 나오셔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예전보다 결과의 순간이 짧아졌다. 짧으면 1주일 길면 1개월이다. 이미 촬영 준비과정부터 촬영가지의 6개월 동안 결과는 완성됐다고 본다. 우리의 과정이 행복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완성됐다. 너무 고마운 작품이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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