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 높을 때도 산불 난다… '좀비산불' 특히 주의해야

박건희 기자 2023. 8. 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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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아 토양이 바싹 말라있는 건조한 날씨는 산불 발생의 '최적' 조건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준치보다 습도가 높을 때에도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좀비산불'이라고도 불리는 잔존산불이 발생할 때의 일일강수량은 최고 7.7mm로 기준치의 3배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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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주립대 환경학부 연구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카운티 래빗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연합뉴스 제공

비가 오지 않아 토양이 바싹 말라있는 건조한 날씨는 산불 발생의 '최적' 조건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준치보다 습도가 높을 때에도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뎁티 싱 미국 워싱턴주립대 환경학부 부교수 연구팀이 낙뢰로 인해 산불이 발생한 지역의 강수량을 분석한 결과다. 기준 강수량의 3배가 넘을만큼 높은 강수량이 기록된 경우에도 산불이 일어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번개는 구름과 구름,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현상이다. 번개가 지표면에 닿을 때 이를 '낙뢰'라고 부른다. 낙뢰는 지표면에 높은 물체가 있을 경우 그곳으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주로 키 큰 나무 등이 그 대상이 된다. 지난 6월 발생한 캐나다 대형 산불의 원인도 대부분 낙뢰였다. 

낙뢰는 보통 여름철 기온과 습도가 동반 상승해 대기가 불안정해질 때 발생하지만, 비를 거의 동반하지 않는 건조한 상태의 낙뢰도 있다. 건조한 낙뢰는 미국 서부에서 발생하는 산불의 주요 발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이론은 일일 강수량이 2.5mm 이하로 적을 수준일 때 낙뢰로 인한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뎁티 싱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 리서치 레터'에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낙뢰로 인한 산불은 일일강수량이 2.5mm보다 높을 때도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미국 국립화재센터가 기록한 2015~2020년 미국 서부 화재 발생 건과 미국 전국 번개 탐지 네트워크 데이터를 결합해 6년 간 낙뢰로 발생한 산불 3726건을 확인했다. 

이를 레이더를 활용한 날씨 예측 데이터와 비교해보니, 낙뢰로 인해 발생한 초기 단계 산불의 15%에서 기준치인 2.5mm 보다 높은 강수량이 관측됐다. 낙뢰가 발생한 시간대의 평균 강수량은 평균 1.7mm에서 4.6mm였다. '좀비산불'이라고도 불리는 잔존산불이 발생할 때의 일일강수량은 최고 7.7mm로 기준치의 3배를 웃돌았다. 잔존산불은 유기토양 깊은 곳에 숨어있던 불씨가 겨울 동면을 거친 뒤 다음해 산불 시기에 재점화하는 형태의 산불을 말한다. 초기에 잡지 않으면 2~5일 뒤 대형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논문 제 1저자인 드미트리 칼라시니코프 박사후연구원은 "좀비산불은 점화의 최적 조건이 맞춰지길 기다리며 땅속에 며칠 동안 웅크려 있다가 낙뢰를 기폭제로 점화될 수 있다"며 "기존 강수량 기준치인 2.5mm로는 산불의 발생 가능성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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