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목장 밑에 ‘이것’ 10만톤 묻혀있다…인류 미래걸린 연구중
여의도 두배 면적 최대 규모서 안전·효율성 검증
‘넷제로 달성’ 위해 전세계서 인재 몰려와
한국도 참여해 모니터링·저장 효율성 개선 주도
호주 남부의 시골마을 오트웨이 초원에서 만난 폴 배러클러프 국제탄소포집(CCS) 실증센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적하기 짝이 없는 공터를 가리키며 이렇게 소개했다.
겉으로는 한가로운 목장처럼 보이지만 이곳의 2km 지하에선 탄소로부터 해방될 인간의 미래를 위한 첨단 연구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마치 ‘마블’ 같은 공상과학 영화 속 비밀 연구기지를 떠오르게 한다. 현실에서는 실제 지하 수 천 미터 아래에 사람이 직접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 유일한 차이다.
완전 재생에너지 시대 전까지 석탄과 LNG 발전을 적어도 수 십년간 유지해야 하는 현실에서 CCS는 탄소중립의 핵심 열쇠로 꼽힌다. 호주 국책 연구기관인 CO2CRC가 2004년부터 운영 중인 ‘오트웨이 국제 CCS 실증센터’는 세계 최대 규모(4.5 ㎢)다.
호주뿐 아니라 글로벌 산학 연구소와 에너지 기관에서 나온 다국적 연구원들이 이곳에 모여 CCS 기술 안정성과 고도화를 연구중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2월 CO2CRC는 SK E&S를 비롯해 한국 K-CCUS추진단, 한국무역보험공사와 CCS 사업 협력 관련 다자 간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 실증센터는 천연가스층에서 포집한 탄소를 2km 길이 지하 파이프로 배송해 지하 2km 저장소에 보관하고 추적 관찰하고 있다. CCS 기술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가 잘 저장됐는지,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았는지 움직임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연구진이 호주 오트웨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이 탄소 포집 실험을 위한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이산화탄소 비중이 85%가 넘는 천연가스 층이 있다. 연료로서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탄소포집을 위한 실험 재료로는 최적이다.
바로 인근에는 이산화탄소 저장고로 쓸 수 있는 고갈 가스전과 다공질의 암석층인 대염수층도 있다. 탄소 수급부터 저장까지 한 장소에서 이뤄질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탄소가 지표면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방어막 역할을 하는 암석 덮개층까지 갖춰져 있어 천연의 요새다.
바라클로그 COO는 2008년 첫 주입 이후 15년째 탄소 저장소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CCS는 이미 입증된 안전한 기술”이라며 “땅속에 다량의 탄소가 저장돼 있는데 큰 규모의 지진에도 문제가 없었고 앞으로도 영구적으로 유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2008년 처음 이 연구소에 참여를 시작했다. 초기 고갈 가스전에 탄소를 보관했던 시즌1 때와 대염수층에 저장을 실험한 시즌2 때만 해도 한국은 연구단의 주연은 아니었다. 하지만 2019년 시작된 시즌3 프로젝트부터 한국은 이 센터의 핵심 주연으로 거듭났다.
올해 초 끝난 시즌3 연구는 기존 수천 개의 철제 탐침봉을 이용해 탄소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방식을 고도화하는 게 핵심 목표였다.
국내 연구진은 광케이블을 활용한 탄성파 모니터링 방식을 개발하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를 통해 기존 6개월 단위였던 추적 관찰 기간을 이틀 이내로 줄여냈다.
한국은 올해 말부터 시작되는 시즌4 연구에서도 주연을 차지할 예정이다. 3년간 진행될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탄소 저장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국내 연구진은 이산화탄소에 첨가물을 합성해서 압축 효율을 끌어올리는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박 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주입과 저장의 효율을 10~20% 개선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압력을 더 낮게 유지해서 더 많이 더 안전하게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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