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지연 아동 치료 때 민간 자격사 비용은 실손보험 제외 논란

한예나 기자 2023. 8. 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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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치료사의 발달 지연 치료 비용은 실손 의료보험 지급 대상이 아님을 안내드립니다.”

발달 지연 판정을 받은 아이를 키우는 서모(40)씨는 지난 6월 보험사에서 이런 문자를 받았다. 놀이 치료에 대한 실손 보험금 지급을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서씨 아이는 회당 8만~10만원인 놀이 치료를 주 2회씩 받았는데, 보험금을 청구하면 본인 부담금은 1만원대였다. 서씨는 “앞으로 월 80만원 비용을 어찌 부담할지 걱정이다”라고 했다.

어린이 보험 점유율 1위 보험사인 현대해상이 발달 지연 아동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현재 많은 발달 지연 아동 치료는 의사가 초기 진단만 내리고, 이후 민간 자격사들이 놀이·미술 치료 등을 하고 있다”며 “애초 민간 자격사 치료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놀이 치료 등은 국가 자격증이 없어서 민간 자격사에게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보험사가 갑자기 실손 보험금 지급을 중단하면 아이들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그래픽=양진경

이런 논란이 생기게 된 바탕엔 발달 지연 실손 보험금 청구가 코로나 이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5곳(메리츠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의 발달 지연 관련 실비 지급액은 2018년 200억원 수준에서 작년 1185억원으로 4년 새 5배 이상으로 늘었다.

코로나로 아이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상 활동에 제약이 생기며 발달 지연도 함께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질병 통계를 보면 발달 지연 환자(R62 코드 기준)는 코로나 전 2019년 6만1849명에서 지난해 10만3107명으로 3년 새 4만명 넘게 늘었다.

다만, 보험업계에선 코로나 영향뿐 아니라 브로커들이 개입했다는 인식도 크다. 의료계에서 발달 지연 아동을 진료 볼 수 있는 ‘전문과’는 보통 소아과, 재활의학과, 정신과 등인데, 최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안과 등 ‘비전문과’에서 보험금 청구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현대해상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발달 지연 관련 전체 청구액 중 40%가 비전문과였다. 2019년(21%)보다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쟁점은 의사가 주도적으로 의료를 했는지도 있다. 현대해상 측은 “의사의 주도적 의료 행위 아래 민간 자격사가 비진료적 단순 보조 행위만 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민간 자격사의 치료 행위도 의사의 지휘 아래 이뤄진 의료 행위”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 당국도 개입했다. 금융감독원은 현대해상과 면담하고 “일률적으로 실손 보험금 지급을 중단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의료 행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줬다. 이후 현대해상은 치료사 자격증 사본 요구를 접고 계도 기간도 갖기로 했다. 6~7월 초까진 발달 지연 관련 실손 보험금을 99% 지급했다. 그럼에도 현대해상은 법적 검토 결과 비의료인에 대한 실손 보험금 지급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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