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디플레가 오히려 기회? "전세계 인플레 압력 낮춰줄 것"

원자재 수요 줄면 인플레 완화… 글로벌 통화긴축 정점 앞당길 수도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물가가 하락해 전세계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시켜주면 채권 보유자들에겐 되레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

16일 블룸버그는 에덴트리투자와 가마자산운용 등을 인용해 글로벌 'G2'인 중국의 물가가 하락하면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세계적인 비용 절감을 이끌 수 있다고 짚었다.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감을 일으키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꼭 악재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를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 각국 중앙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을 자제하고 양적 완화 기조로 전환해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와 그림자 금융 문제로 소비자 및 기업 양측의 지출·투자가 억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에덴트리투자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크리스토퍼 하이온스는 "중국의 약세는 통화 긴축의 정점을 앞당길 수 있다"며 "또 원자재 수요를 감소시켜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 서구 경제가 '더 뜨겁게' 달아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팬데믹 이후 몇 년 동안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돼 소비자 구매력이 줄고 중앙은행들이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해왔다. 반면 중국은 장기간의 부동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되는 등 물가가 하락세다. 올해 들어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가격은 매달 하락하고 있다.

가마자산운용의 글로벌 매크로 포트폴리오 매니저 라지브 드 멜로는 "중국의 디플레이션과 느린 성장이 나머지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을 보다 빨리 완화할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의 경기 둔화는 아시아와 유럽의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디플레이션은 글로벌 채권 보유자와 신흥시장 자산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 드 멜로 매니저는 블룸버그TV에 "중국은 사실상 전세계에 디플레를 수출하고 있다"며 "중국 채권을 보유하는 이에겐 부정적인 뉴스이지만, 중국을 제외한 다른 신흥국 채권엔 기회"라고 밝혔다.

블름버그는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을 비롯해 기타 무역 파트너들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고 일시적일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중국 상품 구매가 이미 감소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석유와 같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서다.

중국 당국의 추가 부양책이 경기 침체를 막고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인민은행은 전날 202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정책금리를 낮췄다. 중국의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달마 캐피탈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 게리 듀간은 "중국 경제의 약세와 디플레이션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억제하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 당국이 현재의 불쾌한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고 앉아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