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빚어낸 작가의 동경…김근배·박선영 초대 2인展 ‘서서히 스며드는 행복’

정자연 기자 2023. 8. 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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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배, 대장정(2023)

 

동, 대리석, 스테인레스 등 차가운 재료에 낭만과 어느 시절의 동경이 입혀졌다. 차갑디 차가운 재료는 작가의 삶과 머릿속에서 빚어낸 창작물을 입고 초현실적인 어느 세계로 이끈다. 

금빛을 내는 작은 자동차와 집, 기차, 열쇠 등은 ‘회전관람차’(2022)와 여행을 떠나고 샹들리에(2022)에 달린 새, '여정'(2022)을 떠나는 코끼리는 미지로 출발하는 듯 하다. 

박선영, 꽃항아리(2022)

한편에선 바느질 한 투명종이 안에 파스텔톤의 색종이가 가득가득 채워졌다. 마치 주황과 분홍, 하늘 등 그 자체의 색감으로 꽃향기를 내뿜는 ‘꽃항아리’(2023)를 사러 리본이 달린 작은 가방을 들고 ‘행복한 외출’(2023)을 하는 듯 하다.  

전시의 작가는 김근배·박선영 조각가다. 30년 가까이 조각가의 길을 걸어 온 이들의 삶은 서로 닮아 있다. 두 사람은 소소한 삶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았다. 부부는 서로 닮아가고 작품 역시 작가를 닮는다. 그들이 만들어낸 조각은 이러한 삶에 스며든 행복을 이야기한다. 서울 마포구 J94 갤러리에서 김근배 · 박선영 초대 2인展 ‘서서히 스며드는 행복’을 볼 수 있다. 

평택이 고향인 김근배 조각가는 드넓은 평야지역에서 정미소 기계 소리를 들으며 유년을 보냈다. 아버지의 정미소는 작가의 작품 소재가 되고 그의 삶과 작업에 진중함과 건실함을 가르쳤다. 

김근배, 샹들리에, (2022)

낭만과 온기가 가득한 작가의 작품은 노동집약적이다. 99.9%의 순동 재료를 절단하고, 조각들을 크기별로 분류한다. 500조각이 넘는 동선을 산소 용접해 형태를 만든다. 이후 질산동으로 작품을 닦아 내고 자연 부식과 에나멜 페인트 도색을 한다. 마지막으로 UV 페인트를 칠해 청동의 부식을 막고 탈색을 방지한다. 한 점의 창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 번이 넘는 공정을 쉴 새 없이 반복한다.

이런 중간과정을 거친 작품엔 작가의 숨이 들어간다. 창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김근배 작가는 자신을 불어넣는다. 삶의 체험에서 길어 올린 낭만과 동경 등을 몽상으로 빚어 이야기 창작물을 만든다. 

김근배, 여정, (2022)

박선영 조각가는 바늘질이란 예술의 행위를 구현한다. 한땀 한땀 종이 바느질을 하면서 감사와 행복을 짓는다. 

이탈리아에서 전통 판화 작업인 에칭 작업을 경험한 작가는 종이도 훌륭한 재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투명종이를 오려 바느질하고 색종이를 채워 넣어 오동통한 종이 조각을 만든다. 이 종이 조각으로 작가가 원하는 형태를 만든다. 작가의 아이디어로 독창적인 작품이 탄생한다.

박선영, 산수풍경(2022)

한 점의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30조각에서 100조각의 종이 바느질 조각을 만들고 그 조각으로 조각가가 흙을 붙여 입체를 만들 듯 반 부조의 형태로 작품을 완성한다. 이렇게 완성된 박작가의 작품은 행복은 우리와 먼 곳에 있지 않고 늘 우리 가까이 있다고 얘기한다. 세상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옮겨졌다. 

박선영, 향기로운 풍경(2022)

김근배 조각가와 박선영 조각가는 서울시립대학교 및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 미술아카데미를 졸업했다. 김근배 작가는 제11회 이탈리아 국제조각심포지움 ‘난토 피에트라 2001’에서 1등상을 수상하고 성곡미술관과 예술의 전당 외 25회의 개인전, 22회 초대 2인전 및 다수의 아트페어, 단체전 등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박선영 작가는 2001년 개천 미술대전 ‘대상’ 문화 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이탈리아, 카마이오레시립미관 외 19회의 개인전, 21회 초대 2인전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김근배 조각가는 “어른들이 동화를 읽듯 부담 없이 어린 시절의 추억과 현재의 행복을 조각을 통해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9월2일까지.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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