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도시가 대도시보다 폭염 가파르게 증가한 까닭은?
중소도시의 폭염 발생 빈도가 대도시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990년대 이후 도시화가 정체된 대도시와 달리 중소도시에서는 인구가 빠르게 증가한 것이 폭염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상청은 지난 48년간(1973∼2020년) 국내 30개 지역 관측자료를 기반으로 도시화 효과가 기온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대상 지역은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8곳(서울·부산·인천·대구·대전·광주·수원·울산), 인구 30만 이상 중소도시 8곳(청주·천안·전주·포항·제주·구미·진주·원주), 인구 10만 안팎인 지역 14곳(제천·통영·양평·영천·남원·부여·강화·금산·영덕·산청·보은·임실·성산·추풍령) 등이다.
분석 결과 매 10년당 중소도시에서는 폭염 일수가 1.8일, 대도시는 1.6일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만 안팎 지역의 폭염 일수는 1.1일 정도 늘었다.
인접한 대도시와 중소도시를 비교하면 이런 추세는 더 확연히 드러난다. 구미의 폭염 일수가 2.7일 증가하는 동안 대구는 2.2일 증가했다. 청주의 폭염 일수가 1.7일 증가하는 동안 대전은 1.1일 늘었다. 포항에서 폭염 빈도가 1.1일 증가하는 동안 울산은 0.5일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분석 기간을 전반기(1973~1996년)와 후반기(1997~2020년)로 나눠 비교하면 대구가 23.6일에서 26.6일로 13% 증가하는 동안 구미는 14.2일에서 20.1일로 42% 늘었다. 여전히 대구가 구미보다 폭염 발생 일수는 많지만 증가 추세는 구미가 훨씬 가팔랐던 셈이다.
또 울산은 폭염 일수가 전반기 14.5일에서 후반기 14.0일로 줄어든 반면, 인근 포항은 같은 기간 15.5일에서 17.3일로 12%가량 증가했다. 대전은 폭염 일수가 전반기 11.8일에서 후반기 11.3일로 줄었지만 인근의 청주는 같은 기간 13.7일에서 13.8일로 약간 증가했다. 대구와 구미, 대전과 청주, 울산과 포항은 모두 기상관측소 간 직선거리가 50㎞ 이하인 인접 도시다.
기상청은 “대도시는 인구 증가가 1990년대 이후 정체되었지만 중소도시의 인구는 최근까지 꾸준히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 전체 인구에서 대도시의 비율은 1990년대에 약 52%로 최고점을 기록한 후 다소 감소했지만 중소도시의 비율은 최근 약 31%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중소도시 기온 상승에 도시화가 미친 효과는 29∼50%(0.11~0.19도)로 대도시의 22∼47%(0.08~0.17도)보다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분석 대상 도시 전체의 연평균기온은 10년당 0.37도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기온 상승의 약 24∼49%는 도시화 효과로 분석됐다. 대도시는 10년당 0.36도씩 기온이 올랐고, 중소도시는 0.38도씩 상승했다. 인구 10만 안팎인 지역의 연평균기온 상승폭은 10년마다 0.23도 정도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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