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임원 '꼼수 사퇴' 논란...전관에 일감 몰아주기 여전

이동우 2023. 8. 1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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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철근 누락 사태로 LH 임원 4명이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들의 임기가 이미 끝났거나 임기 만료를 불과 한 달가량 앞둔 것으로 확인돼 꼼수 사퇴라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LH가 철근 누락 사태에 책임이 있는 설계와 감리업체들에 사태 발생 이후에도 여전히 일감을 주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에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LH 전관업체와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이동우 기자!

철근 누락 사태로 LH 임원 4명이 사표를 냈는데 꼼수 사퇴 논란이 일고 있다고요?

[기자]

무량판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로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임원 4명이 자리에서 최근 물러났지만, 이들의 임기가 이미 끝났거나 임기 만료를 불과 한 달가량 앞둔 것으로 확인돼 쇄신 쇼를 벌였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1일 이한준 LH 사장은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일부가 제외된 데 책임을 물며 전 임원의 사직서를 받았고, 같은 날 4명을 의원면직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사직 처리 된 4명의 임원 가운데 국민주거복지본부장과 국토도시개발본부장의 임기는 이미 지난달 끝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나머지 2명의 임기도 다음 달 말까지로 사실상 임기 만료를 코앞에 두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앞서 이한준 LH 사장의 임원 전원 사직서 제출 발표 내용 들어보시겠습니다.

[이한준 / LH 사장 (지난 11일) : 조직을 쇄신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로 상임이사 모두에 대한 사표를 일단 제출받았습니다. 임직원 모두의 사직서와 함께 저의 거취도….]

가장 책임이 큰 사장과 감사는 사표 제출 대상도 아닙니다.

이에 따라 LH의 이번 임원 사퇴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LH 관계자는 임기가 끝났더라도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을 경우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임무를 수행하게끔 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LH가 철근 누락 사태 이후에도 전관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고요?

[기자]

철근 누락 아파트와 업체 명단이 공개된 지난달 31일 이후에도 LH 전관업체들이 여전히 일감을 따내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달 31일 이후 최근까지 LH의 입찰 심사 결과가 나온 곳은 6개 단지인데요.

철근 누락 단지에서 설계와 감리를 담당했던 업체 3곳이 이번에도 입찰을 따냈습니다.

이 기업들은 모두 LH 출신이 대표로 있는 등 이른바 전관 업체였습니다.

정부가 전관 카르텔을 근절하기 위해 철근 누락 단지에 참여한 설계, 시공, 감리업체들의 실명까지 공개했지만, 여전히 전관기업들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경기 이천 장호원 아파트 감리를 담당하는 컨소시엄에는 철근누락 아파트 4개 단지의 설계와 감리를 담당했던 A사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LH 고위급 출신이 설립했고 현재 대표이사도 LH 출신입니다.

[앵커]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LH 전관업체와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요?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출신 임직원을 채용한 전관 업체와의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LH에 지시했습니다.

국토부는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출장길에 오른 원 장관이 LH 전관 업체의 용역 절차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이한준 LH 사장에게 이 같은 내용을 긴급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원 장관은 아무런 개선 조치 없이 관행대로 용역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LH는 전관이 근무하는 업체와의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국토부는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LH 전관과 관련한 이권 카르텔 해소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기존 용역 절차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국토부는 LH 전관 관련 이권 카르텔 혁파방안을 오는 10월 중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LH가 감리한 공사현장 10곳 중 8곳의 감리 인원이 법정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요?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 LH의 철근 누락 사태 원인 중 하나로 감리 부실 문제가 지적되는 가운데 LH가 자체적으로 감리한 아파트 단지와 주택 공사현장 10곳 중 8곳의 감리 인원이 법정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지하주차장에서 '철근 누락'이 처음 확인된 아파트 단지 15곳 가운데 LH가 자체 감독하며 공사를 진행한 7곳의 감리 인원이 적정 인원보다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월에서 7월 사이 LH가 자체 감리한 공사 현장 104곳 중 85곳, 81%는 배치된 인원이 법정 인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530여 가구를 짓는 시흥장현 아파트 건설공사 12공구의 적정 감독자 배치 인원은 18.9명이나 실제로 배치된 감독자는 4.25명으로, 필수 인원의 4분의 1도 못 채웠습니다.

남양주별내 아파트 건설공사 17공구도 22.1명이 배치돼야 하지만 실제는 절반을 조금 넘는 12.9명만 배치됐습니다.

LH 자체 감리 현장 104곳에 필요한 총인원은 920명이나 정작 현장에 투입된 인원은 566명으로 의무 인력의 61.6%만 채웠습니다.

감리 인원이 미달된 공사 현장 중에는 수서역세권A3, 수원당수A3, 광주선운2A 등 LH가 지난 7월 말 발표한 철근 누락 단지 7곳이 포함됐습니다.

[앵커]

LH가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들과 3년간 2천335억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었다고요?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들과 3년간 2천335억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하주차장이 붕괴된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를 포함해 16개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 18개사가 2020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수의계약으로 LH 용역 77건을 따냈습니다.

이들 업체가 해당 기간에 수주한 수의계약 용역은 모두 2천335억 원 규모입니다.

가장 많은 수의계약을 맺은 A건축사사무소는 LH 출신이 창립했으며, 현 대표이사도 LH 출신입니다.

3기 신도시 공동주택 설계용역 등 11건을 343억 원에 수주했습니다.

A사는 철근 누락이 확인된 1개 단지를 설계했고, 3개 단지에선 감리를 맡았습니다.

LH 처장과 부장급을 영입한 B건축사사무소는 고양창릉, 파주운정 등 신도시 아파트 단지 설계용역 6건을 275억 원에 수주했습니다.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를 설계한 C사는 지난 3년간 수의계약으로 설계용역 6건, 269억 원 규모를 따냈습니다.

[앵커]

LH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비대한 권한과 심각한 내부 칸막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LH는 공공 택지 조성 때 토지 보상과 공공 주택 공급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알 수 있어서 2년 전에는 직원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지요.

또 설계와 감리 등 용역업체 선정에서 막대한 권한을 행사합니다.

이 때문에 조직의 상관들이 퇴직 후 관련 기업으로 이직하고 이를 후배들이 밀어주는 카르텔이 어느 조직보다 단단하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전관 카르텔 등 비리를 근절하려면 LH 기능을 해체 수준으로 축소해 민간을 지원하는 정도로만 남기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지금까지 경제부에서 YTN 이동우입니다

YTN 이동우 (dw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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