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기획자 혹은 책략꾼”…한국 책 일본에 소개하는 김승복

한겨레21 2023. 8. 1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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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의 플레이리스트]한국 서적을 일본에 소개하는 쿠온출판사 김승복 대표
김승복 제공

세상에 행복한 사람이 10명 있다면 본인도 그중 한 명일 거라고, 일본 도쿄에서 한국 서적을 판매하는 책방 ‘책거리’를 운영하는 김승복 대표는 말했다. 이 작은 서점에선 사흘에 한 번꼴로 책 관련 행사가 열리는데, 인터뷰하는 날엔 ‘한국 모더니즘 시 100년’을 테마로 이상·김수영·차학경·오규원의 시를 읽고 분석하는 강의가 열렸다. 참가비는 1650엔(약 1만5천원). 온·오프라인 정원은 최대 100명. 이렇게 번 돈으로 그는 책을 만든다.

“책으로 당장 돈을 못 벌어도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든 거죠. 행사를 하면 팬이 생기고,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니까요. 번역 스쿨, 케이북(K-Book) 페스티벌, 일본 출판사들을 불러 한국의 좋은 책을 소개하는 설명회를 연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 누군가는 묻더라고요. 왜 경쟁자를 만드냐고. 하지만 우리 출판사만 한국 서적을 만들면 시장이 안 커지니까요. 시장을 키워 우리가 가운데 들어가고 싶었죠.”

그가 2007년 설립한 쿠온출판사는 박경리·한강·박민규·정세랑 소설가 등의 작품을 출간하며 일본 내 한국문학 붐을 선도했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작다. “일본에서 1년에 새로 나오는 책의 종수가 7만5천 종인데 그중 번역된 국외 서적은 10%도 안 돼요. 그중 80%가 영어권 책이고 나머지는 한국, 이탈리아, 프랑스…. 그러니 아직 시장을 더 만들 수 있죠.”

김 대표는 시장에 있으면서 개입하는 사람이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성공으로 한국 페미니즘문학이 확산할 때도 그는 더 다양한 인문서를 일본 사회에 소개하고 싶었다. 그때 접한 게 지체장애인 변호사 김원영이 쓴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이었다. “그가 쓴 다른 책들도 읽으며 생각했어요. 이건 세 회사가 동시에 내는 게 좋겠다. 한 권은 저희가, 나머지는 대형 출판사가 낼 수 있도록 중개했고, 동시에 마케팅을 했어요. 베스트셀러보단 스테디셀러가 돼야 할 책 같았거든요.”

그는 ‘장애’라는 화두가 어느 시기에 잠깐 말해지고 말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류 역사와 함께해왔고, 차별 없는 사회는 오지 않았으니까. “작가는 책에서 ‘장애는 극복할 수 없는 거다’라고 해요. 이는 일본에서도 계속해온 이야기예요. 하지만 그는 지금의 언어로 대중을 설득했고, 그런 그의 진단을 일본 사회에 들려주고 싶었어요.” 단순히 책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 큰 그림을 그리고, 발굴하고, 세상에 내보내는 일을 김 대표는 하고 있었다. “획책하는 사람, 프로듀서, 책략꾼 뭐 그런 거죠.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은 다 이래요.”

내 주변의 창작자들은 혼자 뭔가에 꽂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 일들이 ‘비즈니스’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김 대표의 인식은 확실히 다른 듯해 신기했다. “다 각자의 일을 하는 거죠. 저 같은 사람에겐 세상의 흐름과 상관없이 오롯이 앉아서 자기 이야기를 써내는 사람이 필요하고요. 그렇다고 제가 시장을 읽어서 성공했다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선 이런 움직임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왜 조용하지?”

새로운 문화권에 들어가서, 자신의 원래 문화와 비교해 접점을 찾으며 그는 낯선 세계의 문을 두드려왔다. 다음 목표는 시다. “일본이 하이쿠(정형시)의 나라라면, 한국은 현대시의 나라거든요. 굉장히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한 시가 많아요. 그것을 일본에 소개하고 싶어요.”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궁금한 건 당신> 저자

김승복 대표의 플레이리스트(인스타그램 @cuon_kbook, @chekccori)

❶나쓰이 이쓰키의 하이쿠 채널. 유튜브 갈무리

❶나쓰이 이쓰키의 하이쿠 채널

https://www.youtube.com/@user-mw5ip2fz5f

하이쿠에 관한 모든 것을 수다로 풀어내면서 종종 시청자가 투고한 하이쿠를 빨간 펜으로 첨삭한다. 글이 꽃처럼 활짝 피어나는 순간을 몇 번이고 봤다.

❷이 남자의 cook 채널

https://www.youtube.com/@cook5162

1년간 암투병을 하며 점점 사라지는 삶의 의욕, 몸의 근육을 안타깝게 지켜보다 만난 채널이다. 이 남자의 실없는 유머와 겁 없는 요리법이 나를 점점 일으켜 세웠다. 병상에서 이 남자에게 줄 표창장을 만들기도 했다. 꼭 전해주고 싶다.

❷이 남자의 cook 채널 갈무리

❸ Jason Charlie Park

https://www.youtube.com/@JasonCharliePark

2009년 알게 된 부산 사투리 알려주는 채널. 찰리 박을 보며 내 고향 전남 영광 사투리를 올리는 채널을 개설하려고 여러 번 고민했다. 뭐든 마음먹은 것을 바로 해보는 내가 여전히 생각만 하는 이유는 뭘까.

*남플리,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수진 컬처디렉터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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