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최소 35명 학살”…78년 전 사할린섬에서 무슨 일이?
[앵커]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았지만, 러시아 사할린에서는 강제 동원된 한인들이 일본인들에게 집단학살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 사건의 진상 규명에 도움이 될 구 소련 정부의 비밀 공식 문서가 공개됐습니다.
친절한뉴스, 이 사건 내용부터 자세히 짚어드립니다.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데요.
일가족 살해 사건의 현장 사진입니다.
오래된 흑백사진이죠.
이 가운데 작은 체구는 6달 된 아기입니다.
이 사진 3장도 잘 안 보이실텐데, 수풀 사이에서 발견된 시신들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여기 밑에 보시면, 러시아어로 적혀있는데 1945년에 찍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 속 시신들은, 78년 전 8월 하순, 러시아 사할린에서 일본인들에게 살해된 한인들입니다.
최소 50명은 넘을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요.
8월 15일 해방이 됐지만, 사할린에 거주하던 이들은 비극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죠.
이른바 '사할린 한인 학살' 사건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색이 짙어진 일본은, 점령하고 있던 이 사할린섬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러자 이곳에서 일본인들은 한인들이, 상륙하는 소련군에 협조한다는 소문을 퍼뜨렸는데요.
이에 더해, 한인들이 소련측 '스파이' 짓을 하고 폭동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왜곡된 인식이, 조직적 살해 범죄로 이어진 겁니다.
일제는 1930년대 후반 사할린 섬에 있던 탄광과 군수공장의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한인들을 대거 강제 징발했는데 이때부터 비극적인 역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특히 일제의 패망 직후 벌어진 대표적인 학살이 미즈호 마을과 카미시스카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입니다.
모두 무고한 한인들이 잔혹하게 무차별적으로 희생됐죠.
이 사건은 사실, 다른 일제의 전쟁 범죄에 비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정황 증언이 대부분이라, 그동안 진상을 규명하기 어려웠는데요.
최근 몇 년 사이 사할린 한인회 등의 노력으로 각종 증거들이 공개되고 있습니다.
구소련의 학살 사건 심문조서나 재판 기록물 등인데, 여기에 KBS가 전문가들과 함께,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해, 구소련 정부의 비밀 공식 문서를 입수했습니다.
이 기밀 문서는 한인들에게 스파이 누명을 씌운 혐의자의 체포 결정서입니다.
학살을 주도했던 일본 경찰들에 대한 체포명령서까지 발견된거죠.
사건 발생 이듬해 7월, 당시 사할린섬을 차지한 소련 군 당국이 조사를 시작했고, 일부 가담자들이 처벌을 받긴 했습니다.
또 다른 자료엔선, 일본 경찰의 밀정 노릇을 한 조선인의 한자 이름도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미즈호 마을에서의 희생자가 당초 알려진 27명이 아니라 35명이라는 증거도 확인됐습니다.
또 카미시스카에서 일본 경찰이 조선인 18명을 살해했다, 일본군이 방화와 살해를 자행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문건도 공개됐습니다.
[진 율리아/사할린 향토박물관 박사 : "사할린에서 학살된 무명이었던 모든 한인 희생자들의 이름을 밝혀내고 이런 사건들을 연구하면서 잊지 않고 기억할 것입니다."]
[방일권/교수/전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 조사 책임자 : "(학살 이유는) 일본 군국주의와 마지막 상황에서 일본 식민 체계의 여러 가지 잘못들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이 있는거죠."]
'사할린 한인 학살'.
이 사건은 일본인이, 한인 민간인을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를 공식 기록으로 확인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또 러시아로 강제 이주된 우리 동포의 비극을 대표하는 사건인데요.
당시 일제가 가진 우리 민족에 대한 차별적 인식, 그리고 식민 지배 의식..
이런 삐뚤어진 집단 의식이 결국 잔혹 행위로 이어졌다는 게 역사적 평가입니다.
앞으로도 그 실체에 대한 더 정확하고 방대한 조사가 따라야 하는 이유입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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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목 기자 (os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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