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강 선발야구' 명품 투수전을 깨부순 '마법사'...'천당과 지옥' 한 점이면 충분했던 KT의 마법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좀처럼 깨질 거 같지 않던 탄탄한 마운드에 조금씩 틈이 보이기 시작하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깨부순 마법사가 있었다. 바로 KT 위즈 김민혁이다.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는 오랜만에 보는 명품 투수전이었다. KT는 후반기 승률 1위 팀(17승4패)답게 쿠에바스의 2피안타 2볼넷 7탈삼진 호투와 탄탄한 내야 수비를 앞세워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두산도 리그 최고의 외인 투수 중 한 명인 알칸타라를 앞세워 KT 타선을 7회까지 4피안타 6탈삼진으로 틀어막았다.
선취득점 찬스는 두산이 먼저 잡았다. 두산은 4회말 선두타자 정수빈이 투수 앞 기습 번트로 출루에 성공했다. 그리고 1사 1루서 쿠에바스의 견제 실책 때 3루까지 진출했다. 1사 3루 득점 찬스서 로하스는 1루 땅볼을 쳤고 정수빈은 홈으로 쇄도했다. 하지만 KT 1루수 오윤석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포구한 뒤 홈으로 빠르고 정확히 송구했다. 결과는 아웃. 이렇게 KT는 실점 위기를 막았다.
그리고 6회초 KT가 드디어 찬스를 잡았다. 2사 후 김민혁의 중전 안타와 이호연의 좌전 안타로 2사 1.3루 득점 찬스를 맞았고 타석에는 황재균이 들어섰다. 황재균이 우타자였기 때문에 두산 장승현 포수가 3루 주자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충분히 작전을 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알칸타라의 공을 공략하기 힘들다고 파악한 KT 이강철 감독은 과감하게 더블 스틸 작전으로 승부수를 띄었다. 1루 주자 이호연이 먼저 스타트를 끊었고 3루 주자 김민혁은 눈치를 보며 홈으로 뛸 준비를 했다. 그런데 장승현 포수가 2루로 바로 송구하지 않고 한 두 번 더 스텝을 밟으며 3루 주자의 움직임을 체크했다. 그때 김민혁이 스타트를 끊었고 장승현은 공을 들고 3루로 뛰며 주자를 몰았다. 그렇게 런다운에 걸리면서 아웃되고 말았다.
허무하게 아웃된 뒤 김민혁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자책했다. 이날 알칸타라의 구위로 봐서는 또다시 이런 찬스가 온다고 보장할 수 없었다. 그래서 김민혁은 공수 교대를 해야하는데도 오랜시간 고개를 떨구며 아쉬워했다.
8회초 2사 후 배정대가 바뀐 투수 박치국을 상대로 우익수 방면 2루타를 때려내며 기회를 만들었다. 2사 후 이긴했지만, 김민혁에게 또다시 찬스가 왔다. 앞선 6회 절호의 찬스를 놓친 김민혁은 절치부심하고 있었고 더블 스틸 실패의 아픔을 씻어낼 기회를 잡았다. 김민혁은 박치국의 144km패스트볼을 받아 쳐 중견수 깊숙한 방향으로 타구를 보냈고 정수빈은 몸을 던져 가며 잡아보려 했지만 잡을 수 없었다.
1타점 3루타를 친 김민혁은 내친김에 3루를 돌아 홈까지 달렸다. 하지만 두산의 정확한 중계 플레이에 잡히면서 아웃됐다.
이후 마무리 김재윤이 9회를 깔끔하게 막으며 KT는 1-0 기분 좋은 승리를 가져갔다. 이날 승리로 3연승을 달린 KT는 2위 SSG를 무섭게 압박하며 후반기 상위권 순위 판도를 바꿀 다크호스임을 입증했다.
[더블 스틸 실패의 아픔을 1타점 3루타로 만회한 KT 김민혁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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