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 판사, 이재명 대선패배 직후 SNS에 "울분"…與 "사법부, 진상조사해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를 "공적(公的) 인물이 아니"라면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 구형을 훨씬 상회하는 실형을 국민의힘 국회의원에게 선고한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형사5단독)가 SNS에 사실상 정치성향을 드러낸 글로도 여당의 비판을 샀다.
강사빈(22)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최근 정진석 의원에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박병곤 판사가 과거 SNS에 정치적 견해를 담은 글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박 판사는 지난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3월9일) 대통령선거 낙선 이후 SNS에 '이틀 정도 소주 한잔하고,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라는 글을 썼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가 불거진 2019년에는 해당 비리를 보도한 언론을 힐난하기도 했다"고 짚었다. 박 판사가 2019년 10월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토록 존경받던 기자의 지위와 권위를 떨어뜨린 것은 누구도 (아닌) 바로 기자 자신"이라고 쓴 글을 지적한 것으로, 조국 전 장관 부부의 자산관리인으로 알려진 김모씨가 KBS와 인터뷰를 가진 내용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비판하던 시기와 맞물린 것으로 알려졌다.
강사빈 부대변인은 "이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법관윤리강령과, 2012년 'SNS에서도 자기 절제와 균형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권고를 철저히 무시한 행태"라며 "검사가 벌금 500만원을 구형한 사건에 대해 그보다 훨씬 높은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는 점과, 정치 성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글들을 수차례 작성한 사실은 박 판사가 판결에 정치 성향을 반영했단 의심을 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그는 "판사의 정치적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면 국민은 더 이상 사법부를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과 죄에 맞는 형벌을 내리는 것이 사법부의 기본 원칙이자 법치주의의 뿌리다. 이번 박 판사에 대한 논란은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송두리째 뽑은 것은 물론 사법부 쇄신의 필요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는 법치주의의 가치를 훼손한 박 판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에 맞는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며 "또 정진석 의원의 판결에 정치 성향이 반영된 것이 사실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 의원은 지난 11일 박 판사에 대해 "감정적 판단"을 했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박 판사는 지난 10일 사자명예훼손, 정보통신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500만원 약식기소된 정 의원에게 "(노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피고인의 글 내용은 매우 악의적"이라며 "표현의 자유란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집행유예 선고도 아니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17년 9월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 여사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해당 글이 논란이 되자 정 의원은 다시 SNS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결심이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때문이었다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 올린 글일 뿐"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나 유족에 상처를 주기 위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부부싸움' 등 사실관계 당사자 조사없이 내려졌다고도 한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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