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의 최고점…'마스크걸', 파멸로 부르는 욕망의 마스크 [종합]
고현정·나나·이한별, 3인 1역 '김모미' 어떨까
1,000대 1 경쟁률 뚫은 이한별 향한 관심
'마스크걸'이 원작의 파격적인 설정을 고스란히 이어가면서 3인 1역이라는 특수한 설정을 추가했다. 고현정 나나 그리고 신예 이한별이 모여 각자, 또 함께 김모미의 서사를 완성한다. 극중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을 투영한 인물과 그를 둘러싼 고자극 소재들이 어떤 여운을 남길까.
1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JW메리어트 동대문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고현정 안재홍 염혜란 나나 이한별과 연출을 맡은 김용훈 감독이 참석했다. 작품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김용훈 감독은 흡입력, 여러 사회 문제점을 담긴 원작에 매료됐다. 괴상하고 불편한 캐릭터들에게 김 감독은 애정을 느끼고 메가폰을 잡게 됐다.
'마스크걸'은 김모미라는 인물이 파국의 소용돌이 안에서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3인 1역 연기라는 파격적인 캐스팅에 도전했다.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회사원이면서도 인터넷 방송 BJ 마스크걸, 정체를 숨긴 쇼걸, 죄수번호 1047로 살고 있는 이 김모미라는 인물의 인생과 그를 둘러싼 파멸의 길이 주 관전 포인트다.
가장 먼저 3인 1역이라는 이례적인 설정이 화두에 올랐다. 그간 국내 영화와 드라마에서 한 캐릭터를 두고 한 배우가 맡아 연기를 하는 것이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3인 1역 설정을 두고 김 감독은 "많은 이들이 제게 우려를 표했다. 보통 이런 콘셉트에서는 (한 배우가)특수분장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특수분장 테스트를 했지만 그 표현이 오히려 제게 불편하고 거부감이 느껴졌다. 배우의 표정, 표현들이 어색하고 불안했다. 그래서 1역 3인을 강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배우들 덕분에 자신의 결정에 만족할 수 있었다면서 주역들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이처럼 한 명의 캐릭터이지만 세 가지 다른 얼굴을 한 김모미는 얼굴뿐만 아니라 김모미, 쇼걸 아름, 죄수번호 1047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특히 첫 번째 김모미를 연기한 신인 배우에 대한 예비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모인 상황이다. 김용훈 감독에 따르면 해당 역할은 대대적인 오디션을 거쳐 발탁한 신예에게 돌아갔다. 이날 첫 공식석상에 나선 이한별은 "처음 인사를 드리게 됐다. 뜻깊은 자리에 참석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특히 고현정으로부터 큰 위로를 받았다는 이한별은 "사실 '마스크걸'에 발탁됐다는 말을 들었을 땐 부담이 됐다. 촬영이 끝나고 고현정 선배님을 만났는데 '너가 모미A냐'고 물어보셨다. 혼자만의 고민이 있었을 때 같은 역할을 하는 배우에게 선배님이 환하게 웃어주시니 함께 만드는 캐릭터라는 경험과 안심이 됐다. 제가 잘한 것도 없는데 환대를 받았고 따뜻한 기억이 됐다"고 돌아봤다.
두 번째 김모미를 소화한 나나는 "제가 가수 활동할 때 춤을 췄었다. 연습생 때부터 '토요일 밤'을 연습했는데 이번 작품에 그걸 추는 장면이 있어서 수월했다. 무대가 아닌 드라마에서 찍는다는 것이 감회가 새로웠다. 너무 좋았다"고 돌아봤다. 연기적인 고충은 없었을까. 나나는 "불운한 삶을 살고 있는 모미를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감정적으로 점프 구간이 있기 때문에 상황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리허설을 많이 했다"고 짚었다.
마지막 김모미로 극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고현정은 "'마스크걸'은 저변에 깔린 문제점을 드러내는 이야기다. 저희가 참여한 '마스크걸'은 너무 심각하지 않게 다가가려고 했다. 제목이 '마스크걸'이지만 살면서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쓸 때가 있다. 그 마스크를 벗을 용기가 어느 때 생기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3인 1역을 떠나 이번 작품은 고현정에게도 남다른 도전이다. 긴 시간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면서 연기적인 고민에 빠졌던 고현정은 '마스크걸'로 터닝포인트를 삼았다. 강렬하면서도 파격적인 소재와 톤에서 자신을 지우고 캐릭터로 남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만큼 고현정의 새로운 모습이 예고됐다. 고현정은 "제가 30년 넘게 연기를 했다. (대중이) 보았던 저의 체화된 모습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했다. 고현정이 아니라 모미로 보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고 감독님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길잡이를 잘 해주셨다"고 밝혔다.
이를 들은 김 감독은 "이런 장면까지 해주실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스턴트 배우가 해야 할 것 같은 장면에도 과감하게 몸을 던졌다. 선배님 얼굴에 흙 분장도 하고 피 범벅도 했다. 그 상태로 식사도 하시더라"고 미담을 던지며 훈훈함을 자아냈다.
퇴근 후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 유일한 낙인 주오남을 연기한 안재홍과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범을 추적하는 자식 바라기 엄마 김경자가 가진 광기에 가까운 열의를 그려낸 염혜란의 서사 역시 자극을 높인다. 예고편에서 파격적인 분장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던 안재홍은 "소재가 너무나 파격적이다. 전개가 미쳤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새로운 구성이었다. 꼭 참여하고 싶었다. 예고편 이후 반응이 감사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원작의 주오남 캐릭터가 워낙 불편함을 모아놓은 인물이다. 배우가 상쇄시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안재홍이 생각났다. 캐스팅이 된 후 실제로 만나보니 너무 호감형이었다. 주오남과의 간극이 너무 커졌지만 특수분장의 힘으로 캐릭터가 잘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김용훈 감독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감각적인 스토리텔링과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국내외에 큰 호평을 받았던 만큼 이번 마스크걸에서 다채로운 장르의 재미를 구현해낼 것으로 보인다. 김용훈 감독은 정형화되지 않은 캐릭터들에 초점을 맞추면서 멀티플롯으로 이야기를 구성, 시청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이들의 행보를 지켜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처럼 파격과 괴이한 이야기를 전면으로 다룬 '마스크걸'은 오는 1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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