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한 방으로 작명까지... LA다저스 무키 베츠 “가장 멋진 순간”
팬 “홈런 치면 딸 아이의 중간이름을 ‘무키’로 지을 것”
곧바로 타석에서 거짓말처럼 홈런 날려
홈런은 때론 선수는 물론이고 한 가족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MLB(미 프로야구) LA다저스의 외야수 무키 베츠(31·미국)는 지난 3일 홈런을 쳤다.
베츠는 이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홈 경기(미 캘리포니아주 다저 스타디움)에 1번 타자 겸 우익수로 출전해 팀이 3-0으로 앞선 2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시즌 29호포. 일찍이 리드를 잡은 다저스는 결국 10대1로 승리했다. 베츠는 이날 3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개인 통산 242번째 대포였던 이 홈런은 베츠에겐 그가 여태껏 날린 수많은 홈런 중 하나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팬과의 소통으로 인해 이 홈런만큼은 베츠에게 영원히 기억에 남을 기념비적인 홈런이 됐다.
사연은 이렇다.
MLB닷컴에 따르면 베츠는 이날 2회말 타석에 들어서기 전 지우세페 만쿠소라는 한 팬과 우연히 말을 섞었다. 평소 탁월한 팬서비스로 유명한 베츠에겐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기분 좋게 대화를 이어가던 도중 만쿠소는 베츠에게 “당신이 홈런을 치면 곧 태어날 내 딸 아이의 중간이름(미들네임·middle name)을 ‘무키(Mookie)’로 짓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베츠는 만쿠소에게 “그러지 마라. 네 아내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한 뒤 타석으로 향했다고 한다.
이후 베츠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상대 투수의 4구째 시속 132km 체인지업을 통타해 아치를 그렸다. 비거리 132m. 이는 베츠가 2020년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뒤 다저스 소속으로 때린 홈런 중 최장거리였다.
베츠는 베이스를 돌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던 중 열렬하게 환호하는 만쿠소와 ‘주먹 맞대기(fist bump)’를 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만쿠소가 베츠에게 했던 약속은 미처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베츠로선 만쿠소가 대화 중 흥분해서 날린 ‘공수표(空手票)’ 정도로 생각했을 법도 했다.
하지만 몇 주 뒤 베츠는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 관리를 담당하는 사촌으로부터 믿을 수 없는 얘기를 들었다. ‘약속의 사나이’ 만쿠소가 실제로 얼마 전 태어난 딸의 이름을 ‘프란체스카 무키 만쿠소’로 지었다는 것이다. 만쿠소는 그의 아내 샤논을 거듭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권에서 미들네임은 보통 별명이나 애칭 정도의 개념을 가진다. 평상시엔 이름인 퍼스트네임이나 성(姓)으로 불려 사실 사용할 일이 별로 없기도 하다. 예컨대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의 미들네임은 ‘후세인’이었는데,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츠는 16일 그의 소셜미디어에 “내 커리어 통틀어 가장 멋진 순간 중 하나”라며 “(만쿠소) 형제(bro)는 말을 지킬 줄 안다”고 기뻐했다. 이어 “내 양딸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란체스카를 어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2021년 결혼한 베츠는 슬하에 딸 하나가 있다.
2014년에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MLB에 데뷔한 베츠는 2020년부턴 다저스에서 뛰고 있다. 그는 올스타 7회(2016-19, 2021-23), MVP(최우수선수) 1회(2018) 선정 등에 빛나는 MLB 간판 타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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