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한 방으로 작명까지... LA다저스 무키 베츠 “가장 멋진 순간”

박강현 기자 2023. 8. 1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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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석에 들어서기 전 팬과 우연히 대화
팬 “홈런 치면 딸 아이의 중간이름을 ‘무키’로 지을 것”
곧바로 타석에서 거짓말처럼 홈런 날려

홈런은 때론 선수는 물론이고 한 가족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MLB(미 프로야구) LA다저스의 외야수 무키 베츠(31·미국)는 지난 3일 홈런을 쳤다.

LA다저스의 무키 베츠(왼쪽)와 팬 지우세페 만쿠소가 지난 3일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 /지우세페 만쿠소 X(옛 트위터)

베츠는 이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홈 경기(미 캘리포니아주 다저 스타디움)에 1번 타자 겸 우익수로 출전해 팀이 3-0으로 앞선 2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시즌 29호포. 일찍이 리드를 잡은 다저스는 결국 10대1로 승리했다. 베츠는 이날 3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개인 통산 242번째 대포였던 이 홈런은 베츠에겐 그가 여태껏 날린 수많은 홈런 중 하나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팬과의 소통으로 인해 이 홈런만큼은 베츠에게 영원히 기억에 남을 기념비적인 홈런이 됐다.

무키 베츠(가운데). /EPA 연합뉴스

사연은 이렇다.

MLB닷컴에 따르면 베츠는 이날 2회말 타석에 들어서기 전 지우세페 만쿠소라는 한 팬과 우연히 말을 섞었다. 평소 탁월한 팬서비스로 유명한 베츠에겐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기분 좋게 대화를 이어가던 도중 만쿠소는 베츠에게 “당신이 홈런을 치면 곧 태어날 내 딸 아이의 중간이름(미들네임·middle name)을 ‘무키(Mookie)’로 짓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베츠는 만쿠소에게 “그러지 마라. 네 아내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한 뒤 타석으로 향했다고 한다.

이후 베츠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상대 투수의 4구째 시속 132km 체인지업을 통타해 아치를 그렸다. 비거리 132m. 이는 베츠가 2020년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뒤 다저스 소속으로 때린 홈런 중 최장거리였다.

베츠는 베이스를 돌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던 중 열렬하게 환호하는 만쿠소와 ‘주먹 맞대기(fist bump)’를 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만쿠소가 베츠에게 했던 약속은 미처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베츠로선 만쿠소가 대화 중 흥분해서 날린 ‘공수표(空手票)’ 정도로 생각했을 법도 했다.

하지만 몇 주 뒤 베츠는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 관리를 담당하는 사촌으로부터 믿을 수 없는 얘기를 들었다. ‘약속의 사나이’ 만쿠소가 실제로 얼마 전 태어난 딸의 이름을 ‘프란체스카 무키 만쿠소’로 지었다는 것이다. 만쿠소는 그의 아내 샤논을 거듭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우세페 만쿠소가 공개한 딸의 출산 증명서. 프란체스카 '무키' 만쿠소라고 돼 있다. /지우세페 만쿠소 X(옛 트위터)

영어권에서 미들네임은 보통 별명이나 애칭 정도의 개념을 가진다. 평상시엔 이름인 퍼스트네임이나 성(姓)으로 불려 사실 사용할 일이 별로 없기도 하다. 예컨대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의 미들네임은 ‘후세인’이었는데,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츠는 16일 그의 소셜미디어에 “내 커리어 통틀어 가장 멋진 순간 중 하나”라며 “(만쿠소) 형제(bro)는 말을 지킬 줄 안다”고 기뻐했다. 이어 “내 양딸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란체스카를 어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2021년 결혼한 베츠는 슬하에 딸 하나가 있다.

2014년에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MLB에 데뷔한 베츠는 2020년부턴 다저스에서 뛰고 있다. 그는 올스타 7회(2016-19, 2021-23), MVP(최우수선수) 1회(2018) 선정 등에 빛나는 MLB 간판 타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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