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없는 中 경제… ‘3년 연속 5% 미만 성장’ 경고음
7월 경제지표 악화에 부양책 부재 반영
인민은행, 깜짝 금리인하 나섰지만 부족
中, ‘2008 교훈’에 대규모 부양책 미지수
세계 투자은행(IB)들이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대로 낮춰 잡았다. 중국 경제를 견인하던 내수가 급격히 둔화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붕괴 우려까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부진은 내년까지 이어져 마오쩌둥 시대 이후 처음으로 연간 성장률이 3년 연속 5% 미만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에 중국도 깜짝 금리인하에 나서는 등 경제 살리기에 나섰지만, 보다 직접적이고 강력한 소비 지원책이 나오지 않는 한 중국 정부가 제시한 ‘5% 안팎’ 성장률 목표치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1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중국의 올해 GDP(국내총생산) 증가율 전망치를 4.8%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JP모건은 월가에서 가장 높은 6.4%의 전망치를 제시했었다. 그러나 같은 달 5.9%로 끌어내린 뒤, 3개월 만에 5%대도 포기했다. 내년엔 중국 경제가 4.2%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1949~1959년) 마오쩌둥 시대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5%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3.0%였다.
중국 경제가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관측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바클레이스 역시 이날 중국의 연간 GDP 성장률을 4.9%에서 0.4%포인트 내린 4.5%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는 4%를 유지했다. 바클레이스 측은 “소비, 주택, 수출 및 신용 등의 데이터가 실망스러운 수준을 보인 가운데 효과적인 부양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경제지표를 보면, 소매판매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2.5%에 그쳤다. 이는 시장 추정치(4.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이자, 6월(3.1%)에 이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친 것이다. 여기에 고용·소득의 선행 지표인 산업생산도 전년 동기 대비 3.7% 늘어나는 데 그쳤고, 1~7월 누적 고정자산투자 역시 부동산 부문 투자 감소 영향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4% 겨우 늘었다. 이날 나온 중국 주요 70개 도시의 7월 신규 주택 가격 역시 전월 대비 0.23% 떨어져 6월(-0.06%)보다 하락폭이 커졌고, 시장 전망치(0.3%)는 완전히 빗나갔다.
중국의 경제 성장 모델은 내수의 부동산개발산업과 인프라 투자, 수출 등 ‘3대 축’에 의존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 산업의 경우 2년째 침체가 지속되는 것은 물론, 최근 대형 업체들의 연쇄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같은 부동산 침체는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를 불러와 인프라 투자 여력을 고갈시켰다. 수출은 7월 들어 3년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민간 소비에 희망을 걸었는데, 이마저도 힘을 잃어가는 것이다.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자 중국 인민은행은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전날 시장의 예상을 깨고 단기 정책금리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2.65%에서 2.50%로 0.15%포인트 인하한 것이다. 7일 만기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도 연 1.9%에서 1.8%로 0.1%포인트 낮췄다. MLF,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 인하로 시장에는 총 6050억위안(약 111조원)의 유동성이 공급된다. MLF가 중국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의 가늠자로 꼽히는 만큼, 오는 21일 LPR 금리도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더 강력한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금리인하 역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기에는 너무 작다고 경고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최우선 임무는 경제를 부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GDP에서 가계 소비의 역할을 높일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소비자 바우처, 공격적인 세금 감면, 소득 증대 촉진, 연금·실업수당 등 사회 안전망 구축 등을 예시로 들었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할지는 미지수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당시 중국 GDP의 13%에 달하는 4조위안 규모의 슈퍼 부양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물가와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부채가 국가 경제를 위협할 정도로 커지는 등 혹독한 부작용을 겪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를 계기로 중국은 대규모 부양책의 장단점을 확실하게 이해했다”며 “중국 정부는 자국과 같은 거대한 국가에서 대규모 부양책은 최후의 상황에서 써야 하는 ‘극약 처방’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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