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폐습에 자체 개혁안도 의문… ‘LH 해체론’ 비등

김영주 기자 2023. 8. 1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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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오랜 기간 LH 출신 전관들이 포진한 업체에 다량의 신규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조직 전반의 고질적인 폐습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2020년 1월∼2023년 6월 LH가 맺은 2124건, 총액 1조1773억 원의 수의계약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LH는 설계·감리 용역의 절반 이상을 과장급 이상 LH 출신이 포진한 전관 업체에 몰아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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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갈길 먼 LH 혁신
3년간 수의계약 7238억 중
전관업체에 3660억 몰아줘
올 공사 81% 감리인원 미달
하반기 8.2조 발주도 우려감
“조직혁신 약속 믿기 힘들어”
여당‘무량판 부실공사TF’회의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아파트 무량판 부실공사 진상규명 및 국민안전 태스크포스 2차 회의’에 김정재(오른쪽 두 번째) 위원장이 참석해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오랜 기간 LH 출신 전관들이 포진한 업체에 다량의 신규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조직 전반의 고질적인 폐습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하반기에만 8조2000억 원의 공사·용역을 발주할 예정인 매머드급 공공기관 LH 쇄신이 대외적으로 밝힌 의지와 달리 험로에 처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수술’에 가까운 LH의 고강도 쇄신 없이는 부실 논란을 차단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6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2020년 1월∼2023년 6월 LH가 맺은 2124건, 총액 1조1773억 원의 수의계약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LH는 설계·감리 용역의 절반 이상을 과장급 이상 LH 출신이 포진한 전관 업체에 몰아주고 있었다. 전체 수의계약 중 폐기물 처리, 보수 공사, 공공기관 건물 그린리모델링 등 단순 용역을 제외한 설계·감리 등 분야만 추려 보니 총액 7238억 원에 달하는 508건의 수의계약 내역이 이뤄졌다. 이 중 전관이 포진한 것으로 알려진 설계·감리 업체 34개의 수주액은 3660억 원에 달했다. 전체 수의계약 규모의 절반이 넘는 50.56%를 전관 업체가 독식한 것이다.

예컨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21년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 7월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철근이 누락된 LH 아파트에서 구조 계산을 잘못한 것으로 드러난 E건축사무소는 LH 처장 출신이 대표로 취임했다.

11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 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한준 LH 사장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일보 전수조사에서 LH 전관 업체로 분류된 34개 업체는 경실련이 지난달 31일 감사원 LH 전관 특혜의혹을 감사 청구하며 발표한 전관 업체 47곳과 정부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LH 2급 이상 퇴직자가 재취업한 용역업체 현황’ 등을 토대로 삼았다.

이로 인해 LH 전관 카르텔 혁파가 여간해선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5일 “LH는 전관이 근무하는 업체와의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전관 카르텔 혁파 방침을 밝힌 지 보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LH 설계·감리 용역 6건을 모두 전관 업체가 따간 것으로 밝혀진 데 따른 조치다. 건축 관련 협회 관계자는 “잘나가는 설계사무소일수록 더 많은 전관을 보유하고 있고, 이 때문에 수주 실적이 더 좋아지는 구조”라며 “샅샅이 찾아보면 전관 없는 업체를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LH의 자체 부실도 심각해 LH 개혁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이날 장철민 민주당 의원이 LH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7월 LH가 자체 감리한 공사 현장 104곳 중 85곳(81.7%)은 배치된 인원이 법정 인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감리 인원이 미달된 공사 현장 중에는 LH가 지난 7월 말 발표한 철근 누락 단지 7곳이 포함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아파트 무량판 부실공사 진상규명 및 국민안전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서 LH 아파트 부실 공사와 관련, 건설업계 직권조사 현황과 향후 계획을 보고했다. 공정위는 지난 7일 철근 누락 아파트를 시공한 3개사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인 데 이어 감리업체에 조사관을 보내는 등 설계·감리 업체들의 입찰 담합, 부당 하도급 거래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김영주·유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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