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2달 앞두고 일면식 없는 수험생 커피에 변비약 탄 20대 ‘벌금형’

피해자는 정신적 충격에 입시 실패
재판부 “묻지마 범행에 해당. 죄질 나쁘다”

 
수능을 두 달 앞두고 일면식도 없는 수험생의 커피에 변비약을 탄 20대가 뒤늦게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청년은 아무 이유도 없이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김한철 판사)은 지난 9일 상해·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20)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말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 입시학원 내 독서실에서 당시 재수생이었던 B(19)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책상 위에 놓인 커피 음료에 변비약 2알을 넣은 혐의를 받았다.

이 사실을 몰랐던 B씨는 자리로 돌아와 커피를 마셨고, 이후 설사에 시달리다 장염까지 걸렸다고 한다.

두 사람은 같은 학원 수강생이었지만 아는 사이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 이후 B씨는 “2차 가해가 두렵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이라 더는 정신적·시간적 피해를 당하고 싶지 않다.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라는 진술서를 제출했고, 정신적 충격 탓에 결국 입시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법원은 지난 4월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놨고,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약식명령과 같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혀 모르던 다른 학원생의 커피에 아무 이유 없이 변비약을 넣은 것은 ‘묻지마 범행’이며, 범행 전후의 경위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나쁘다”고 A씨를 질타했다.

이어 “피고인이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거나 ‘가족이 선처를 탄원한다’는 등의 사정은 의미 있는 양형 자료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피고인이 정식 재판 청구 이후 피해자를 위해 200만원을 공탁한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라고 판시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