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실형’ 선고 판사, 정치적 SNS 게시물 논란 계속... 대법원 “사실관계 조사”

대선 등 정치 이슈 때마다 SNS에 논란 글 올려
“분노하라” “세상은 바뀐다” 정치색 표명
조사 나선 대법원 “징계 논의는 아냐”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박병곤(38)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임용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던 ‘정치 성향’ 글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도 박 판사의 과거 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면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판사는 지난 10일 정 의원의 명예훼손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소속이다. 그는 정 의원에게 이례적으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는데, 이를 두고 여권을 중심으로 “판사가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 20여년 전 쓴 인터넷 블로그 글까지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중이다.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판사가 지난해 3월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우리가 바라보는 곳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누군가가 비를 맞을 때 함께 맞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채널A 제공

◇'분노하라’로 프로필 바꾼 판사, “세상은 바뀐다”

지난해 3월 10일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후보가 낙선하자, 박 판사는 닷새 후 페이스북에 “이틀 정도 울분을 터트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며 “포기하지 않고 자꾸 두드리면 언젠가 세상은 바뀐다”고 했다. 대선 결과나 특정 후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낸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박 판사의 정치 성향 글은 지난 2021년 4월에도 올라왔다.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영선 민주당 당시 후보가 떨어지자 중국 드라마 ‘삼국지’를 캡쳐해 다수 게시했다. 사진 속 한글 자막에는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지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잖냐” “피를 흘릴지언정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2018년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해,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판사들의 동향과 성향 등이 담긴 다수의 문서가 발견됐다”고 결과를 발표하자 박 판사는 바로 다음 날 ‘분노하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으로 프로필을 바꿨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 불거진 2019년 10월 10일에도 “권력 측 발표 그대로 사실화했다”며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20여년 전 블로그 글까지 논란이 되자, 서울중앙지법은 즉시 진화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지난 13일에는 “과거 SNS 활동 일부 내용만으로 법관의 가치관 평가를 할 수 없고, 그것으로 정치적 성향을 단정 짓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조사 나선 대법원 “기초 사실관계 확인 중”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다. 현직 판사도 정치적인 성향이 있을 수 있고 또 의견을 표명할 수 있지만, 박 판사는 정치적 이슈가 생긴 시점을 전후해 사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고, 자신의 사견을 판결에 반영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서다. 정진석 의원의 혐의였던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 통상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지만, 박 판사는 징역 6개월의 실형 선고라는 이례적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도 결국 조사에 들어갔다. 캡쳐 형태로 떠도는 글 진위 여부 등을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징계 논의는 아니라고 일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16일 “법관 임용 후 SNS 사용에 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징계보다는 기초적인 사실관계 확인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징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법원 안팎에서 계속되고 있다. 대법원 규칙 법관윤리강령 7조는 법관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고 규정한다. 또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12년 ‘법관이 SNS를 사용할 때 유의할 사항’ 등 법관의 SNS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를 야기할 외관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서울 지방법원에서 근무하는 한 판사는 박 판사 건에 대해 “공정한 재판을 해칠 외관이 만들어졌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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