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尹 광복절 경축사 비판 “분열통치 선전포고”

이재명 “반성 않는 일본과 ‘묻지마’ 군사협력 안돼”
이정미 “윤, 트럼프라고 생각했는데 매카시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는 등 과거사 언급보다 이념을 앞세운 것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사 성찰이 없었던 경축사에 대해 지적했다. 이 대표는 “어제 광복절 행사장에 앉아 있었는데 지금까지 참석했던 어떤 광복절 행사보다도 길고 힘들었다”면서 “과거를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 일본과의 ‘묻지마’ 군사협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부정하고 법치로 포장한 법기술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자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으면서 무대책·무능력·무책임으로 일관하고 국민의 이익보다 권력의 이익을 우선하는 자들이 바로 반국가세력”이라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국민 위에 군림하며 권력의 입맛에 맞게 국민을 좌지우지하려고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했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의 빈곤한 역사관이 드러나는 경축사”라면서 “국민을 편가르기한 최악의 광복절 기념사”라고 말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광복절은 ‘굴복절’이 된 듯했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는 치욕의 연설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갈라치기, 색깔론의 시대착오적 광복절 기념사”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빈곤한 역사관과 편협한 남북관계 인식, ‘묻지마’ 친일 기조, 국민 편가르기의 역대 최악의 광복절 기념사라는 평가가 있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대통령이 광복절에 반국가세력, 공산세력 운운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면서 “차라리 6·25 기념사였다면 이해라도 하겠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듣는 내내 제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면서 “과거 망령들 다 불러내서 이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 다 때려잡자는 식의 극단적인 분열통치의 길을 가겠다는 어떤 선전포고(로 들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제는 그게 아니고 (조지프) 매카시 스타일로 가시려고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념으로 점철된 광복절 경축사로 순국선열을 모욕하고 대한민국의 통합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배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 세력을 운운하며 철 지난 반공전체주의 이념과 몰역사적 인식을 거리낌 없이 내세웠다”면서 “이는 매우 엄중한 매카시즘 선동이자 대한민국의 뿌리인 독립운동과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모욕이다. 대통령으로서 해선 안 될 말을 한 것”이라고 했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