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에이스는 수술, 스타 타자는 추문… 대공황에 빠진 탬파베이

이창섭 2023. 8. 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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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인 매클래나한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번 시즌 첫 13경기 13연승 포함 27승6패로 출발했던 탬파베이가 초비상이 걸렸다. 에이스가 이탈한 데 이어 중심타자는 일탈을 하면서 순식간에 투타 핵심 선수를 모두 잃었다.

7월 월간 성적이 8승16패였던 탬파베이는 8월에 반등을 도모해야 했다. 그런데 좌완 1선발 셰인 매클래나한이 3일 뉴욕 양키스전이 끝난 뒤 왼 팔뚝 통증을 호소했다. 팔뚝은 팔꿈치 부상의 전조 증상이라는 점에서 불길한 징조였다.

매클래나한은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후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이 알린 매클래나한의 소식은 절망적이었다. 여러 의사들을 만나 소견을 들은 매클래나한은 시즌 아웃이 확정됐다.

최대한 많은 의견을 취합한다는 건 그만큼 선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캐시 감독은 "팔꿈치에 관한 모든 수술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바로 오늘, 매클래나한이 토미존 수술(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학 시절 이미 토미존 수술을 한 차례 받은 매클래나한은 부담이 더 큰 두 번째 토미존 수술이다. 내년 시즌 복귀도 불투명하다.

최근 탬파베이는 선발 투수 부상이 유독 심각하다. 작년 9월 셰인 바즈가 토미존 수술대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초반 빼어난 활약을 펼친 제프리 스프링스와 드류 라스무센도 수술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스프링스 토미존 & 라스무센 팔꿈치 수술). 타일러 글래스나우의 복귀와 애런 서발리의 합류로 숨통이 트이는 듯 싶었는데, 매클래나한이 빠지면서 전력 누수가 불가피해졌다. 여러 대안들이 나왔지만, 매클래나한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없다.

마운드가 약해지면 타선이 강해져야 한다. 탬파베이의 7월 부진도 공격에서 비롯됐다. 7월 한 달 동안 기록한 87득점은 리그 최하위, 메이저리그 전체 29위였다. 아무리 마운드가 강력하다고 해도 월 평균 3.7득점으로는 많은 승리를 거두기 힘들다.

7월 최소 득점 팀

93 - 피츠버그

92 - 콜로라도

87 - 탬파베이

83 - 샌프란시스코

*최다 득점 1위 시카고 컵스 (150득점)

8월 탬파베이의 열쇠는 타선이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 동안 타선 보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선수들의 분발이 절실했다. 하지만 어제 실망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완더 프랑코는 탬파베이가 팀의 현재이자 미래로 낙점한 선수다. 2021년 첫 시즌이 끝나자마자 11년 1억8200만 달러 초대형 계약을 안겨줬다. 지난해 부상으로 83경기밖에 뛰지 못했지만, 올해는 첫 올스타 시즌을 만드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 12일 클리블랜드 가디어스전에서는 데뷔 첫 끝내기 홈런도 터뜨렸다.

AL 야수 승리기여도 순위 (베이스볼 레퍼런스)

5.5 - 오타니 쇼헤이

5.5 - 완더 프랑코

5.4 - 마커스 시미언

5.0 - 코리 시거

*팬그래프닷컴 승리기여도 4.7 (리그 4위)

프랑코는 7월 타율 0.202의 아쉬움을, 8월 타율 0.415(41타수 17안타)로 씻고 있었다. 그러나 이 활약은 더 이상 보기 힘들어졌다. 언제 볼 수 있을지 기약도 없다.

▲ 완더 프랑코

프랑코는 SNS에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관계가 폭로됐다.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언도 잇따랐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각각 조사에 착수했다. 당초 캐시 감독은 프랑코의 월요일 경기 결장을 두고 "단순 휴식"으로 설명했지만, 배경이 보도되자 사안에 대해 "짐작은 하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프랑코는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탬파베이 지역 매체 '탬파베이 타임스'에 따르면, 프랑코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람들은 진실을 알지 못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자신과 관련된 소문들을 루머로 치부했다. 화면에 잡히지 않은 누군가는 "사람들은 항상 돈을 얻길 원한다"고 말하며 프랑코의 결백을 지지했다.

프랑코의 주장과 별개로, 탬파베이는 프랑코를 제한 선수 명단에 올렸다. 제한 선수 명단은 야구 외적인 문제로 경기에 뛸 수 없는 선수들이 등재된다. 지난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선수들이 캐나다 입국이 허락되지 않으면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시리즈 때 제한 선수 명단에 대거 오른 적이 있다. 또한 긴장 증상 같은 정신적인 이슈도 대상자가 된다. 올해 오스틴 메도스와 다니엘 바드 등이 이러한 이유로 제한 선수 명단에 등록됐다(프라이버시 차원에서 구체적인 이유가 공개되지 않을 때도 있다).

프랑코는 원칙적으로 다음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 경기에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조사 진행 여부에 따라 기간은 늘어날 수 있다. 한편, 제한 선수 명단(restricted list)은 행정 휴직(administrative leave)가 비슷하지만 차이점이 있다. 행정 휴직은 선수 연봉과 서비스 타임을 보존하는 반면, 제한 선수 명단은 팀이 그렇게 해줘야 할 의무가 없다. 다만, 탬파베이는 프랑코를 제한 선수 명단에 올리면서 연봉은 그대로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시즌 프랑코는 동료들과의 마찰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경기 중 격한 감정 표현이나 나태한 플레이로 팀 분위기를 해치면서 몇 경기를 뛰지 못했다. 얀디 디아스는 공개적으로 "그가 현재 상황으로부터 배우길 바란다"고 말하며, 성숙해져야 한다고 주의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또 말썽을 일으키면서 비난 수위도 높아졌다.

프랑코가 돌아올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프랑코와 엮인 미성년자가 한 명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프랑코와 똑같은 사례는 없었지만, 비슷한 사례의 선수들은 리그에서 자취를 감췄다.

재판에서 무혐의를 받아도 해당 사건을 엄격히 대하는 사무국의 징계는 피하기 힘들 것이다. 징계를 마치고 돌아와도 프랑코를 향한 시선은 싸늘할 것이다. 여론이 좋을 수가 없다. 이 경우, 2032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는 탬파베이가 사정이 복잡해진다. 프랑코가 유죄가 아니라면 탬파베이는 프랑코와의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

20살 유망주의 빠른 데뷔는, 22살 올스타 선수의 빠른 추락으로 이어졌다. 가뜩이나 위기에 빠진 팀을 더 궁지로 몰아 넣었다. 프랑코가 남긴 후폭풍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탬파베이가 그의 그림자를 지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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