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프이스트-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치매라는 불청객

2023. 8. 16. 11: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고령사회가 되면서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닌 저주라고 한다. 몸이 건강하고, 마음대로 쓸 돈도 있고, 하고 싶은 일도 있다면 장수가 축복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몸이 아파서 병원을 내 집처럼 들락거리고, 쓸 돈이 없어서 국가나 자식이 주는 용돈으로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고, 일이 없어서 매일매일 시간을 때우는 것이 지겹다면 오래 사는 것이 저주로 변할 수 있다.

더구나 부부 중 한 사람이 중병에 걸리거나 치매를 앓게 되면 자칫 가정이 풍비박산 나기도 하고, 개인의 삶이 무너지기도 한다. 특히 치매는 치료 약도 없고 집에서 돌보기도 힘든 고약한 질병임이 틀림없다. 친한 친구의 아내가 나이 60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놈의 치매가 일찍 찾아왔다. 남편을 보고 ‘아저씨 왜 우리 집에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빨리 아저씨 집으로 가라’고 한다니 그야말로 남편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속상한 친구는 가끔 전화를 걸어와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시련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친구도 차츰 자신이 지쳐가고 있다는 걸 느끼는지 저녁이면 혼자 쏘맥을 마시면서 술기운에 잠들기도 한다는 가슴 아픈 얘기를 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그냥 참고 버텨보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으니 답답하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치매라는 불청객을 쫓아내는 방법은 마땅치 않다. 예방이 최선이라고 하지만, 예방한다고 어느 틈엔가 들어오는 치매를 막기도 어렵다. 그냥 주어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지혜를 발휘해서 이겨나가는 수밖에 더 있겠는가.

치매의 사전적 정의는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하여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임상 증후군”을 의미한다. 이러한 치매에는 알츠하이머병이라 불리는 노인성 치매, 중풍 등으로 인해 생기는 혈관성 치매가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두뇌의 수많은 신경세포가 서서히 쇠퇴하면서 뇌 조직이 소실되고 뇌가 위축되는 증상을 나타낸다. 혈관성 치매는 뇌 안에서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서서히 신경세포가 죽거나, 갑자기 큰 혈관이 막히거나 뇌혈관이 터지면서 뇌혈관이 죽는 증상을 나타낸다. 치매는 기억력 감퇴뿐 아니라 언어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인격 등 다양한 정신능력에 장애가 발생함으로써 지적인 기능의 지속적 감퇴가 초래된다.

치매의 증상 및 종류는 다양하고 치료법도 없는 상태이니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의사들의 전형적인 언어이다.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것은 두뇌회전을 많이 시킬 수 있는 놀이나 독서, 필사이다. 우선 건전한 형태의 게임, 고스톱, 바둑, 카드놀이와 같은 종합적인 인지능력을 요구하는 놀이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책이나 성경 등을 필사하거나 일상적으로 메모하는 습관도 손과 머리를 쓰는 것이므로 권장된다. 다음으로 신문 또는 책을 읽거나 손으로 글씨를 써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고 생선과 야채를 즐겨 먹으면 좋다. 꾸준하게 걷는 운동 등 적절한 운동은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데 유용하다. 물론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피해야 한다. 잠은 충분히 자야 하는데, 수면 부족은 만병의 근원이다.

이렇게 예방을 해도 슬며시 찾아오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초기 증상은 다음과 같으니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① 최근에 있었던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② 말이 어둔해진다 ③ 약속 시간과 장소를 자주 혼동한다 ④ 종종걸음이나 손 떨림 증상이 있다 ⑤ 분노, 불안 및 우울증 증상이 있다 ⑥ 대소변 실수를 한다 ⑦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등 성격이 변한다 ⑧ 두려움이 앞선다 ⑨ 돈 계산이 잘 안된다. 위와 같은 증상이 생긴다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는 게 우선이다.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치매와 멀어지는 26가지 방법 중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라도 실천하자 ① 화내지 마라. 흥분할 때마다 수십만 개의 뇌세포가 파괴된다  ② 좋은 물을 많이 마셔라. 몸도 마음도 머리도 맑아진다. ③ 성격을 개조하라. 낙천적인 사람은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다. ④ 뇌에 영양을 주는 식품을 섭취하라. 호두, 잣, 토마토, 녹차, 두부, 청국장, 계란, 멸치가 좋다 ⑤ 치아가 손상되면 바로 고쳐라. 이가 없으면 치매도 빨리 온다 ⑥ 손으로 많이 쓰고 손을 비벼라. 화가 또는 지휘자는 치매가 없다. ⑦ 남을 미워 말라. 미움은 피에 독성물질을 만들어 낸다 ⑧ 잔소리하지 말라. 하는 이나 듣는 이나 다 같이 기가 소진된다 ⑧ 책이나 글을 많이 읽고 많이 웃어라. 소리 내어 읽으면 최고의 뇌운동이다 ⑨ 많이 움직여라. 몸도 마음도 활동이 멈추면 병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단하게 살아야 한다. 치매 때문에 힘들지만, 치매 덕분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니 그냥 웃고 잘 버티며 살자.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