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청약 100대 1인데 부산·대전은 미달
5대 광역시, 80주 연속 내리막
수도권 입주율 80% 지방 60%대
극심한 부동산 거래절벽 속에 단행된 정부의 1.4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있지만, 지역별 온도차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완화책, 대출금리 완화 등의 수혜가 온전히 서울과 수도권으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지방의 유동자금 마저 서울·수도권으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몇 달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수도권 아파트값과 달리 지방 아파트값은 1년 넘게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비단 집값 뿐 아니라 청약 경쟁률, 분양 실적 등에 있어서도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부동산 침체기 속에 서울집을 매도한 이들 사이에서도 절대 서울 집은 파는 게 아니었다는 자조 섞인 반응 마저 나오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 6월 첫 주 상승전환한 뒤 지난주까지 10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수요자들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서울의 경우 12주 연속 아파트값이 올랐다.
반면 지방 아파트값은 지난해 5월 첫 주(0.01%) 이후 한 주도 상승한 적이 없다. 하락세가 본격화된 같은 해 6월 둘째 주(-0.01%) 이후 60주 연속 아파트값이 떨어졌다가 지난주 처음으로 보합전환(0%)했다. 5대 광역시로 좁혀 봐도 아파트값은 지난해 1월 다섯째 주(-0.01%)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주(-0.01%)까지 80주 연속 떨어졌다.
최근 거래되는 아파트 가격을 살펴보면 수도권의 가격대는 가격 조정이 있었는지 마저 의구심을 갖게할 정도로 크게 반등해 있다. 최고가 대비 80~90%까지 가격을 회복했거나, 직전 최고가 대비 수억원 상승한 가격에 신고가를 기록하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지방에서는 일부 지역·단지를 제외하곤 반등세가 더딘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 상당구 시티프라디움1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28일 4억3000만원에 팔렸는데 부동산 호황기이던 2021년 같은 타입이 5억 중반대에 팔린 것 대비 1억원 이상 하락했다. 해당 타입은 올해 초에도 4억대에 거래돼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
부산시 남구 현대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 6월 말 2억5500만원에 팔렸는데 이는 최근 2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해당 면적은 지난 2021년 8월 3억450만원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청약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직방의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101.1대 1로 두 달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전(0.8대 1), 부산(0.3대 1), 제주(0.1대 1) 등은 미달을 기록했다. 다만 지역에 따라 전북(85.4대 1), 강원(9.9대 1), 경남(2.3대 1) 등 1대 1을 넘어선 곳도 있었다.
이렇듯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외 지역들의 청약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보니 올해 수도권과 지방의 분양 실적 격차도 뚜렷하다.
국토부가 발표한 6월 주택통계에서 올해 1~6월 상반기에 이뤄진 공동주택 분양의 전년 동기 대비 감소폭은 수도권보다 지방이 컸다. 지방은 올해 상반기 2만9803가구가 분양돼 지난해보다 물량이 50.9% 줄어들었지만, 수도권은 3만6644가구로 같은 기간 34.4% 감소하는 데 그쳤다.
6월 분양 가구수를 보면 서울은 1366가구가 공급돼 전년 동월(211가구) 대비 547.4% 급증했고, 수도권 전체를 봐도 같은 기간 7721가구에서 8090가구로 4.8% 증가했다. 반면 지방은 1만2646가구에서 1만1687가구로 7.6% 감소했다.
사업의 마무리 성적표인 입주율에서도 격차가 두드러진다. 수도권 입주율은 지난 5월 80.1%에서 6월 78.5%로 떨어졌지만 한 달 뒤인 지난달 82.0%로 반등했다. 이는 올해 들어 최고치다. 이에 비해 비수도권 입주율은 지난 6월 60.4%에서 지난달 65.9%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지방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분양 연기를 고민하는 건설사도 다수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연말에 지방에서 분양을 예정하고 있는 단지가 있지만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지방은 좋지 않은 편이기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지방에서도 알짜 사업장들은 분양이 잘 되는 것 같긴 하지만 회사에서 올해 내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곳은 없다”며 “지난해부터 상황이 안 좋다보니 지방에서 수주를 할 때도 사전에 심의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혜원 기자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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