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측정 적법절차 인정 어렵다”...측정거부 50대 2심서 무죄 선고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지법 3-1형사부(부장 김경훈·정석원·이은정)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지난달 18일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12월 어느 날 새벽 경북의 한 도로를 운전했는데 경찰관으로부터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경찰관들의 음주측정 요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A씨가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주차된 차량 운전석에서 시동을 켠 채 자고 있었는데 잠결에 가속페달을 자꾸 밟아 주민이 신고했고 경찰관들이 출동했다. 경찰관들은 새벽 2시39분께 음주 여부를 확인했고 A씨가 술을 마셨지만 운전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한 뒤, A씨에게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이동했다.

이후 A씨는 새벽 3시께 귀가를 위해 차량을 운전했는데 앞서 출동했던 경찰관들이 운행 중이던 A씨 차량을 발견하고 추적했다. A씨는 운전을 시작한 곳에서부터 약 4km 떨어진 주거지에 주거지 마당에 주차했고, 경찰관들은 A씨 주거지 마당에 들어가 3차례에 걸쳐 음주측정을 요구했으나 A씨가 모두 거절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과 같이 음주측정 요구를 위해 A씨 주거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사상 강제처분에 관한 형사소송법 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그런데 경찰관들은 당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거나 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들어가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했으므로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임의수사 방법으로 주거지에 들어가는 경우에도 A씨의 자발적 의사에 의해 경찰관이 주거지에 들어간 경우에 한해 적법성이 인정된다”며 “A씨가 경찰관들의 음주측정 요구에 완강한 태도를 보이며 인적사항도 알려주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임의수사로 적법한 것이라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A씨 주거지에 들어간 것이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른 범죄 예방 또는 위험 방지 차원의 적법한 행위로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A씨 주거지에 들어갈 당시 A씨는 이미 주차한 상태여서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입힐 긴급 상황이었다고 볼 수 없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 그런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운행 중이던 A씨 차량을 처음 발견했을 때 즉시 운행 중단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A씨가 주거지에 도착할 때까지 추적하기만 한 점 등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안대용 기자

d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