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정서·행동위기 학생 있다” 87%
“문제아 치부 안돼, 전문교육 필요”
담임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교육부 사무관의 편지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이른바 ‘왕의 DNA’를 가진 아이를 가르치는 방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편지의 출처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자폐, 언어·지적 장애 아이들을 약물 없이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한 한 사설 기관으로 추정된다. 편지에는 지시적 언어를 사용하지 말 것, 또래와 갈등 시 무조건 편들어 줄 것 등 ‘절대적 지지’를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주변 학생과 선생님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이른바 ‘금쪽이’를 가진 학부모들의 절박한 마음을 파고든 일종의 ‘사이비 치료’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서·행동 위기 학생 지도와 치료를 위해서는 의료 기관 상담, 전문 교사 인력 양성 등 ‘전문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서·행동 위기학생이란 ADHD, 품행 장애, 반항 장애, 경계선 지능 등 문제로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보이는 학생을 말한다.
16일 교사단체 좋은교사운동에 따르면 현재 수업 교실에 정서·행동 위기학생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87.1%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정서·행동 위기학생 현황 파악을 위해 전국 유·초·중 교사 68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행동문제로는 친구 때리기·꼬집기 등, 교실 이탈, 욕설과 폭언이 가장 많았다. 위기학생 유형으로는 ADHD(78.6%), 반항(52.9%), 품행(50.5%), 무기력(49.7%)이 꼽혔다(중복 가능).
기존에는 단순히 ‘문제아’로 치부됐지만 이런 학생들을 위기 학생으로 보고 전문적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수 학급에 보낼 정도의 장애는 아니지만 교실 안에서 문제를 겪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경희 수원 탑동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에서 무조건 아이들을 받아줄 수 없다. 교사는 사회화 중간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분명한 ‘지시적 언어’를 사용해 훈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2018년부터 좋은교사운동본부 안에 위기학생연구회를 만들어 교수 방법을 학습·적용하고 있다. 최 교사가 강조하는 방법은 ‘긍정적 행동지원(Positive Behavior Support)’이다. 행동주의 치료를 기반으로 한 행동장애 증상 교정요법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일반화 된 교수 방법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 교사는 “PBS는 아이의 문제 행동이 일어나기 전 발생하는 선행 사건, 환경을 분석해 ‘예방’하는 교수 방법”이라며 “교실에서의 행동을 점수로 기록해 학부모에게 보내 점검받게 하는 등 교사-학부모 간 협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상준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행동·정서 위기학생은 행동 치료가 필요하다. 경력 15년 이상의 교사 대상 전문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해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며 “특수 교육 대상은 아니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의 원인, 가정적 요인 등에 대한 실태조사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학교 내 다른 부서, 교육청 이나 병원 등 외부 기관과 협력을 통해 문제 행동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 경력을 가진 교사가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관심이 높아진 아동 ADHD의 경우는 충동을 제어하는 뇌의 전두엽 기능이 일반인과 다른 질환으로 의학적 개입도 필수다. 신의진 세브란스 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ADHD는 초등학생 기준으로 많게는 5%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왕의 DNA 치료법은) 신경과학에 무지한 대중을 부추긴 일종의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ADHD는 틱 장애, 반항 장애, 품행 장애 등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법도 다양하다. 부모와 문제가 있을 경우 부모-자녀 심리 지원이 먼저 필요하고 약물 치료, 행동 치료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가 상담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박지영(교육)·박지영(사건팀)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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