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남극 바다 생물 다양성 위협한다

극지연-성균관대, 남극 해조류 군락 생태 조사
빙하 후퇴 60년 지났지만 종 다양성 낮아

남극 세종과학기지 주변 바다./국립해양조사원

국내 연구진이 기후 변화가 남극 바다의 종 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극지연구소는 최한구 책임연구원과 김정하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2016~2020년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 마리안소만에서 해조류 군락 생태를 조사한 결과 군락 발달이 더디게 일어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마리안소만은 기후 변화로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는 지역이다. 1956년 이후 현재까지 바다와 맞닿아 있는 빙하 경계선이 1.9㎞ 후퇴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에는 빙하 후퇴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고, 얼음이 녹아 노출된 바다 면적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연구팀은 마리안소만 바다에서 빙하가 사라진 지 최대 60년이 넘었지만, 종 다양성이 낮은 천이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이는 새롭게 생성된 공간에서 시간에 따라 종이 교체되는 현상으로 천이단계가 진행되면서 종 다양성이 높아진다. 남극에서는 해조류 군락 성장이 평균 20년 소요되는 만큼 60년간 천이 초기 단계에 머무는 것은 매우 느린 발달 속도다.

남극 세종과학기지 주변 마리안소만 빙하 후퇴 지역./극지연구소

마리안소만 바다에서 발견되는 해조류 종의 수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남극 세종과학기지 주변 바다에서는 12~16종의 해조류가 발견되지만, 마리안소만 빙벽에서 2.2㎞ 떨어진 지역에서는 단 6종만 확인됐다. 심지어 빙벽에서 1.2㎞ 떨어진 지역은 해조류 4종만 발견됐다.

연구팀은 빙하가 녹으면서 배출된 먼지와 부유물질로 남극 바다가 탁해져 종 다양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바닷물이 탁해지면서 해조류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고 수온과 염분도 낮아져 군락 발달을 방해한다는 설명이다.

최한구 책임연구원은 “남극 마리안소만 빙하후퇴 과정에서 연안 환경 요인 변화가 해조류 군락의 발달에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기후 변화로 인한 남극 해조류의 반응과 해양동물과의 상호작용 등 후속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 9월호에 게재된다.

참고자료

Environmental Research, DOI: https://doi.org/10.1016/j.envres.2023.116438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