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제, 디플레·컨트리가든 등 곳곳이 지뢰밭…"시진핑 선택 기로"
블룸버그 "금리인하, 시진핑에 더 많은 부양책 압박"
시장은 “부양책 시간벌기일수도”…부동산 대책 주목
글로벌 IB 中성장률 잇단 하향…세계 경제에도 악영향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시진핑 국가주석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을 되살리기 위한 대규모 부양책을 거부했고, 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 중국 인민은행이 단기정책금리를 ‘깜짝’ 인하한 것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인민은행은 전날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과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각각 0.1%포인트, 0.15%포인트 인하했다. 이를 통해 6050억위안(약 111조원)의 유동성이 시중에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2개월 만의 추가 금리인하인 데다, MLF 인하폭은 3년래 가장 큰 폭이어서 시장 관심이 집중됐다.
블룸버그는 디플레이션 진입, 수출 위축, 컨트리가든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 및 금융시장 전이 가능성 등 경제가 ‘총체적 난국’인 상황에서 대규모 부양책이 아닌 유동성 지원을 택한 것은 통화·재정 정책 측면에서 선택의 폭을 넓혀줬지만, 결국엔 시 주석이 가장 피하려고 했던 부동산 시장 지원 및 소비 진작과 관련해 더 많은 지원을 하도록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中 ‘깜짝’ 금리인하로 위안화 약세…“부양책 시간벌기일수도”
깜짝 금리인하는 위안화 약세를 촉발했다. 인민은행이 오는 21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내릴 가능성이 커져 미국과 금리격차 확대 이슈가 불거졌다. 전날 인민은행 발표 이후 역외 위안화 환율은 장중 0.49% 뛰며 달러당 7.31위안을 기록했다. 작년 11월 초 이후 최고치다.
인민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내리면 해외자본 이탈이 가속화하고,이는 다시 위안화 약세를 초래하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인민은행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중국 경제가 그만큼 긴박한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크레디트 아그리콜의 샤오지아 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예상보다 큰 폭의 MLF 금리 인하는 중국이 경제성장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더 많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시급함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수개월 동안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인민은행의 금리인하가 부양책 등 더 대담한 조치를 취하기 위한 ‘시간벌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AZ은행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인민은행이 1년 만기 MLF를 1.2%까지 인하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금리인하가 경제 충격을 완화하고 산업 업그레이드, 도시화 확대, 부채 축소와 같은 구조개혁을 위한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의 금리인하는 결국 더 큰 재정 압박을 뒷받침할 수 있는 느슨한 유동성 조건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건 부동산 부문에 대한 지원이다. 컨트리가든의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부동산 업계에서 연쇄 파산이 발생하고 금융시장은 물론 중국 경제 전반으로 위험이 확산할 수 있다. 실제 컨트리가든이 디폴트 위기에 직면하자 유명 부동산 신탁회사 중룽 국제신탁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컨트리가든은 지난 6일 만기 도래한 10억달러 채권에 대한 이자 2250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했다. 오는 30일 이후에도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진다.
또 중국 정부가 어떤 부양책을 내놓더라도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이날 컨트리가든 디폴트 위기를 이유로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4%에서 4.8%로 낮췄다. 바클레이스와 미즈호증권도 각각 4.9%→4.5%, 5.5%→5% 하향조정했다.
위안화 약세→美국채 금리상승·달러화 강세…“세계 경제 악영향”
문제는 중국의 경제 악화가 세계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면 중국 금융당국이 미 국채를 매각해 달러를 채워넣는 방식으로 위안화 방어에 나설 수 있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에 대한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중 최고치인 4.219%를 기록, 심리적 저항선인 4.25%선에 근접했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오르면 달러화 강세로 이어져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하방 압력을 야기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세계 각국의) 주요 상품 수입 감소가 호주에서 브라질에 이르는 생산자들을 위협하고,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는 한국과 대만과 같이 무역에 의존하는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이번주 “중국의 경기둔화가 미 경제의 ‘위험 요소’”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정부가 디플레이션에 대한 논의 또는 분석을 막기 위해 관련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거나 청년실업률 발표를 중단한 것도 중국 경제의 불안요소로 꼽혔다. 정보공개 투명성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침체에 대한 불안을 키우고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경기침체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면 지난해 제로코로나 항의시위와 같은 반발을 야기해 공산당 지도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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